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에 기아 전기차 'EV6'가 전시돼 있다. /남윤호 기자 |
불편한 충전, 비싼 차 가격 vs 유지비 적고, 혜택 많고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수원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매일 왕복 50km 정도를 전기차로 다닌다. A 씨는 최근 집안일로 급하게 울산에 갈 일이 생겼다. 출발 전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280km였다. 수원에서 울산까지 약 350km 정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을 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도착한 휴게소에는 3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는데 그중에 2기는 먼저 온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었고, 1기는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A 씨는 앞선 전기차가 충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 후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울산까지 약 4시간 거리지만 A 씨는 6시간 만에 도착했다. A 씨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전기차에 만족하지만 충전 인프라와 충전 속도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100%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종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연료 전지·전기차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GM도 2035년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선 전기차만 판매할 예정이다.
브랜드별로 시기는 다르지만 10년 뒤에는 내연기관차 구매가 어려워진다. 현재 차량 교체 시기에 있는 운전자들은 한 번 더 내연기관 자동차를 탈지 아니면 전기차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이들의 고민은 앞선 사례처럼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에 있다. 집이나 회사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면 어려움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충전소가 있더라도 완충될 때까지 기다린 뒤 가지고 오기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초급속 충전시 30분가량이지만 완속 충전을 하면 8시간 안팎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7만2105기(지난 6월 말 기준)다. /EV infra 캡처 |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은 친환경차 시장을 늘리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요소다. 정부와 완성차 기업들도 매년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는 데 노력을 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7만2105기(지난 6월 말 기준. 급속 1만2789기, 완속 5만9316기)다.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약 2.4대다. 미국이 16대, 일본 10대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을 높은 편이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충전기 보급을 더 늘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배터리 성능도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은 1회 충전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50~490km 정도다.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예상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더 줄어들기도 한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 중에는 한 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790km)할 수 있는 고효율의 차량도 있다.
전기차의 비싼 가격도 고민거리다. 올해 출시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4695만~5755만 원, 기아 EV6는 4730만~598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의 인기 차량인 모델3의 국내 판매가격은 5479만~7479만 원이다. 이 차들의 차급은 준중형 정도이지만, 가격은 대형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기차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승용 전기차의 국고 보조금은 지난 2015년 1500만 원, 2018년 1200만 원 지급됐다. 올해는 329만~800만 원으로 차등 지급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7만2105기(지난 6월 말 기준)다. /더팩트 DB |
전기차는 단점만큼이나 장점도 뚜렷하다. 최고급 내연기관차가 정숙하다고 해도 전기차를 따라올 수 없다. 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에 엔진 소음과 진동이 없다. 전기차의 소음이라면 노면소음 정도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피로도가 줄어든다.
혜택도 많다. 정부 보조금 외에도 고속도로 통행료 최대 50% 할인, 공영주차장 할인 또는 1시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낮은 유지비도 장점이다. 연간 1만5000km를 주행할 경우 전기차의 충전비용은 약 80만 원 정도다. 반면 휘발유 차는 약 200만 원가량 발상한다. 매년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도 부담이 없다.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차등 납부하는데 전기차는 배기량이 '0'이기 때문에 최소 비용인 13만 원만 내면 된다.
정비도 간단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게 들어간다. 전기차는 공정이 단순하고 들어가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70% 수준이다. 부품이 적으면 고장 날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전기차 운전자는 엔진오일 교체로 카센터를 갈 일도 없다.
전기차 구매 시기를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무공해 차량이기 때문에 국제 환경기준을 맞추기에 가장 적절한 모델"이라며 "자연스럽게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디젤차의 경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5등급 노후 디젤차는 환경개선 부담금이나 도심지 진입 금지 등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소비자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과 같은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전기차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전기차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빨라서 지금의 충전 속도나 최대 주행거리 등은 몇 년 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더라도 보다 앞선 형태의 모빌리티를 경험하고 싶다면 구매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