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OTT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
'디즈니+' 11월 중순 한국 출시 발표…OTT 지각변동 예고
[더팩트|한예주 기자]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 출시를 공식화했다. 넷플릭스보다 큰 '미디어 공룡'의 상륙 소식에 국내 OTT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사들은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국내 OTT 업체들은 콘텐츠 강화 등 재정비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최근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디즈니플러스를 11월부터 한국과 홍콩, 대만에서 공식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던 디즈니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진출 시기를 못 박은 것이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디즈니플러스가 구독자 수 성장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지역 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뛰어난 스토리텔링, 우수한 창의성, 혁신적인 콘텐츠 제공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의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통 3사에서는 LG유플러스, KT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LG유플러스에 먼저 콘텐츠를 공급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 자회사 LG헬로비전의 디즈니플러스 버튼 탑재 리모컨이 유출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LG유플러스의 IPTV 셋톱 일체형 사운드바가 공개됐다. OTT의 인기에 맞춰 '홈시네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디즈니플러스 제휴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관련 디바이스를 먼저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들은 가정 내 IPTV를 통해 디즈니플러스를 제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는 점에서 협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 LG유플러스는 이미 제휴가 결정됐고, KT와도 추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즈니플러스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콘텐츠의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토종 OTT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픽사베이 |
현재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T는 넷플릭스의 '1강 체제'가 뚜렷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4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SK텔레콤과 지상파 연합 '웨이브'(21%), CJ ENM의 '티빙'(1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토종 OTT '왓챠'를 비롯해 KT '시즌', 쿠팡 OTT '쿠팡플레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질주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언맨·스파이더맨·토이스토리·스타워즈 같은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흥행 성적 상위 20위 중 해외 영화는 모두 디즈니가 휩쓸 만큼 디즈니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디즈니플러스는 1억2000만 명에 이르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2분기 신규 가입자는 1200만 명으로 넷플릭스(154만 명)를 압도한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e마케터는 내년 말이면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이 되고 2023년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시장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미국 계정을 만들어 이미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한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교육용 콘텐츠에 대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토종 OTT들은 자체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입자 수 2위를 보유하고 있는 웨이브는 일단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독점 제휴 등을 통해 라인업을 풍부히 하는 한편, 지난 5월 설립한 기획 스튜디오 '스튜디오 웨이브'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티빙도 콘텐츠 강화를 위해 5년간 5조 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10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8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고 있는 디즈니플러스가 온다면 업계의 판도가 다시 한 번 뒤집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콘텐츠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할 수 있지만, 토종 OTT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우려점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OTT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다른 해외 OTT 서비스의 한국 진출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애플의 애플 TV플러스 등이 대표적인 후보들이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