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생 쥐띠 동갑내기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이 화장품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맞붙는다. /더팩트 DB |
현대백화점그룹, 27일 뷰티 브랜드 첫 론칭…압구정본점서 첫선
[더팩트│최수진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패션계열사 한섬을 통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
한섬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처음으로 뷰티 브랜드 '오에라' 론칭을 예고하면서 업계에서는 한 발 앞서 '닮은 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간 맞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 현대백화점그룹, 27일 럭셔리 뷰티 라인 '오에라' 론칭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이 오는 27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한다. 오에라는 '제로(Zero, 0)'와 '시대(Era)'의 합성어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피부균형점을 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섬이 패션이 아닌 다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패션 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도 다각화하겠다는 포부"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시장은 크게 럭셔리와 프리미엄 등으로 나뉜다. 럭셔리 라인업은 초고가 제품에 한하며, 오에라 제품은 초고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평균 20만~50만 원 수준이며, 최대 120만 원에 달하는 제품도 존재한다. 실제 한섬이 이번에 선보이는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50㎖)의 판매가는 120만 원 이상이다.
오에라의 전 제품은 스위스에서 제조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오에라 전 제품은 스위스 공장에서 제조하고 완성된 것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라며 "현재는 국내에 자체 생산라인이 없다. 추후에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1호 매장은 오는 27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문을 연다. 한섬은 올해 안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더한섬하우스 부산점·광주점 등에 오에라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며, 백화점·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 메이크업·향수·바디&헤어 케어 등 화장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역량을 적극 활용해 오에라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이르면 올해 안에 한섬의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진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국내외 면세점에도 입점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역량을 적극 활용해 오에라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
◆ 정지선, 정유경과 맞붙는다…'오에라 vs 뽀아레' 승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뷰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화장품 관련 기업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해왔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8월 천연 화장품 원료 기업인 현대바이오랜드(옛 SK바이오랜드)의 지분을 인수하고, 같은 해 5월에는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화장품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이에 따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정유경 총괄사장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3293억 원이며, 현재 론칭한 자체 브랜드는 △뽀아레 △스위스퍼펙션 △비디비치 △연작 △로이비 등이다.
특히, 올해 3월 론칭한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가장 신경쓰며 관리하는 브랜드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뷰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뽈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한 이후 6년 만에 '뽀아레'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양사의 타깃 시장은 '럭셔리'로 동일하고, 제품 라인업 구성도 비슷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현재 초고가 화장품과 향수, 메이크업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모두 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나서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과의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패션 기업들이 화장품에도 진출하는 것"이라며 "샤넬, 구찌 등 세계적인 패션브랜드가 화장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두 시장의 시너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특히, 고객군이 겹친다는 큰 강점이 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고객은 보통 뷰티에도 관심이 있기에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공이 지금의 패션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신세계인터는 2012년 처음 뷰티 시장 진출했지만 5년 내내 죽을 쒔다. 당시엔 적자가 계속되는데 왜 화장품을 고집하냐는 비판도 상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5년 만에 화장품 사업이 흑자전환을 하고, 지금은 신세계인터 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것들이 결국 선례가 돼 지금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