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에 실손보험 계약인수지침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더팩트 DB |
금감원, 실손보험 계약인수지침 개선 요구
[더팩트│황원영 기자]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보험사가 백기를 들 전망이다. 실손보험 가입 심사기준을 강화한 일부 보험사에 당국이 제동을 걸면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최근 보험사에 실손보험 계약인수지침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보험 계약인수지침(가입기준)이란 보험 소비자가 작성하는 청약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보험사 내부의 심사 지침이다.
이달 1일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 계약인수지침을 대폭 강화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2년 내 외래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을 경우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교보생명도 외래진료 병력 중 재발률과 추가검사비 지급 가능성 등을 심사키로 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최근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이 각각 50만 원, 100만 원을 초과하면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이들 두고 보험사가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줄줄이 중단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지난 달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생명보험사는 8곳에 이른다. 이에 따라 생보사 17곳 중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5곳에 불과하다. 손보사 중에서도 AXA·에이스·AIG손보 등 3곳이 실손보험을 팔지 않고 있다.
이에 실손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가입 신청을 거절할 때는 법적 기준에 따른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합리적 근거·구체적 기준으로 계약 인수지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보험사는 당국의 지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극심한 상황에서 적자를 보며 판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의 총합을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손해율(합산비율)은 지난해 123.7%를 기록했다. 실손보험 보험손익(보험료수익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를 뺀 금액)은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실손보험 가입자가 39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제2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만큼 마냥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가는 차등제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특약)의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전혀 없는 1등급은 보험료를 5% 할인받고, 300만 원 이상인 5등급은 300% 할증되는 방식이다. 반면,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의 보험료는 기존 대비 최대 70% 저렴하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