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이 줄줄이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가운데 카드론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제공 |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 유입…카드론 금리 줄줄이 인하
[더팩트│황원영 기자]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2주간 공모주 슈퍼위크가 펼쳐진다. 공모주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의 일반 청약도 진행된다. 투자자들의 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수요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다. 카드사는 최저금리를 5% 미만으로 낮추며 수요 잡기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27일 양일간 카카오뱅크가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카카오뱅크의 공모 희망가는 3만3000~3만9000원,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1636만2500주다.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 증거금(50%)은 16만5000~19만5000원이다. 이어 다음 달 2~3일 크래프톤의 일반 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공모 희망가는 40만~49만8000원, 배정된 총 청약 물량은 216만3558주다. 최소청약 증거금은 200만~249만 원이다.
당초 카카오페이도 이 기간(8월 4~5일) 일반 청약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페이가 산정한 희망 공모가는 6만3000원~9만6000원이다. 일정은 오는 10월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과 한컴라이프케어가 각각 오는 29~30일 다음 달 5~6일 코스닥과 코스피 입성에 나선다. 원티드랩, 플래티어, 딥노이드 등도 비슷한 시기에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이처럼 초대형 공모주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실탄 확보에 나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카드론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몰릴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이달 1일 차주별 DSR이 확대 시행되면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가계부채관리방안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거나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카드론은 내년 7월부터 DSR 규제 적용을 받는다.
카드사들은 이에 발맞춰 최저금리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 7일 카드론 이자율을 연 5.36%에서 5.30%로 낮췄다. 같은 날 삼성카드 역시 기존 대비 1%포인트 내린 연 4.9~19.9%로 조정했다. 롯데카드는 연 4.95%에서 4.90%로 내렸다.
현대카드도 카드론 금리를 연 4.5~19.5% 수준으로 낮췄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를 최저 3.9%까지 끌어내렸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7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 가운데 카드론 최저금리가 5% 미만인 회사는 5곳에 달한다. 연 2~4%인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 대출(유동성 한도대출) 금리 대비 불과 1~2% 높은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조3047억 원)보다 9.5%(2조8740억 원) 증가했다.
공모주 대박을 노린 투자자들이 카드론에 몰리면서 잔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결정된 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 기록)하면 주가는 10만1000원까지 오른다. 1주당 6만 원가량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비교적 돈 빌리기가 쉬운 카드론으로 공모주 투자 열풍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받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 규제 강화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카드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카드사들이 금리 인하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