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 KT에스테이트와 함께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에 공동 참여, 사업주관자 후보자로 최종 선발됐다. /한화건설 제공 |
한화·신세계 시너지 효과···사업성은 미지수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한화건설이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에 나선다. 수서역세권 사업은 약 1조2000억 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으로 한화건설이 단독 입찰, 사업을 따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 컨소시엄(공동 목적을 위해 조직된 조합)은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사업주관자 후보자로 지난 25일 선정됐다. 한화건설은 앞서 신세계백화점, KT에스테이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서역 개발사업 공모에 단독 참여했고, 자산개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사업주관자 후보자로 최종 선발됐다.
업계에선 한화건설이 신세계백화점과 손을 잡은 전략이 효과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서역세권 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경우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다. 판매·업무·숙박·문화시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개발사업이 진행돼 한 회사가 모든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건설과 신세계백화점은 각사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건설은 한화가 맡았고 유통은 신세계가 담당했다. 한화와 신세계 그룹은 계열사 내 건설사와 유통사를 모두 운영하고 있지만, 한화는 신세계보다 건설 분야에서 입지가 강하고 신세계는 유통 분야에서 월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한화건설이 착공 및 사업 주관사를 맡았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약 8만3000㎡ 규모의 초대형 점포를 선보일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공모 당시 입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응모하지는 않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화건설과 신세계백화점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경쟁사들이 진입장벽이 높다고 판단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강남구 수서동 197 일원 11만5927㎡ 규모의 대지에 역사·판매·숙박·업무·문화 공간 등을 포함, 수서역 환승센터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이다. 수서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 SRT(수서고속철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5개의 철도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사업이 시행되면 수서역 일대는 서울 동남권 대중교통 및 고속철도 중심의 지역거점이자 강남권 수요까지 아우르는 상업 시설의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번 컨소시엄은 유통업의 강자인 신세계백화점과 손을 잡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며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강남점 등을 운영하고 있어 서울 동남권 유통망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사업이 시행되면 수서역 일대는 교통의 요충지 및 상업 시설의 허브로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사진은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한화건설 제공 |
신세계백화점이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유는 한화건설의 축적된 복합개발사업 노하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화건설은 기존역세권 사업에 경력이 많은 업체로 당사의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컨소시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건설은 지난 2019년 사업비가 약 2조 원에 달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서울역사 뒤 유휴 철도용지를 서울역과 연계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것으로 컨벤션센터·오피스·호텔·오피스텔·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강북의 코엑스'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총사업비 약 1조 원 규모의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공모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대전역에 인접한 복합 2-1구역 상업복합용지에 연면적 35만㎡ 규모의 주거·판매·업무·문화·숙박 등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다만 이번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클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수서역 일대는 국유지 및 행정자산에 속해 민간개발사업 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BOT(건설·운영·양도)' 계약으로 이뤄진다. BOT는 사업시행자가 30년 동안 사업지를 소유·운영하다가 국가에 다시 귀속되는 방식이다. 사업시행자가 30년 안에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적자로 이어지는 셈이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사업성 문제로 참여자 모집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해 2월 5일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1차 공모를 진행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공모에서 토지 점용료 상한선을 재조정하고, 약 600억 원의 철도시설기여금 및 부담금을 줄이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사업 참여를 유도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수서역 일대가 국유지이다 보니까 사업성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제약들이 있었다. 다만 이번 공모에서 공모 조건을 일부 완화하고 사업성을 어느 정도 개선해 한화건설이 입찰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hc@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