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 시대 흐름에 발맞추며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사진은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이사(왼쪽)와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각 사 제공 |
출범 초기에도 '승승장구'…상장 이슈도 '줄줄이' 대기
[더팩트|윤정원 기자] 바야흐로 '핀테크(FinTech)' 시대가 지고 '테크핀(TechFin)' 시대가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핀테크와 테크핀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 앞뒤 순서만 바뀌어 얼핏 말장난 같지만 주도하는 주체 및 근간에 따라 엄연히 구분된다. 핀테크는 금융이 주도하고, 테크핀은 기술, 그중에서도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이끈다.
테크핀이 주목받는 건 금융사의 IT 도입보다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 속도가 빠르고, 파급 효과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IT 기업은 금융사에 비해 고객 범위가 넓고, 갖고 있는 데이터도 많다. 자체 기술도 보유해 서비스 개발비용이 금융사에 비해 적게 든다. 현재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테크핀 기반 기업은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다.
출범 초기부터 토스증권은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더팩트 DB |
◆ 고객 목소리 귀 기울인 토스증권, 무료 주식 이벤트도 '대박'
토스의 100% 자회사인 토스증권은 출범한 지 약 3개월 만에 신규 개설계좌 300만 개를 돌파했다고 지난달 28일 공표한 바 있다. 올해 3월 출범한 토스증권은 지난 4월 16일 200만 계좌를 넘어선 데 이어 꾸준히 급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개인투자자 914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토스증권은 투자자 약 30%에 해당하는 계좌수를 보유하고 있다. 토스증권의 상승세는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과거 인터넷은행 출범 시 신규계좌 개설 추이까지 범위를 넓혀도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토스증권이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한 데는 끊임없는 고객 의견 반영이 큰 몫을 했다. 토스증권은 출시한 뒤 고개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MTS(Mobile Trading System·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의 투자 콘텐츠를 강화해왔다.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ER(주가수익비율), PBR(순자산비율) 등 기업 재무지표도 보강했다. 주문호가 창은 시세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바꾸기도 했다.
최근 연달아 진행한 이벤트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토스증권은 지난 4월 '주식 1주 선물받기(23개 종목)'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약 170만 명을 유치했다. 성원에 힘입어 토스증권은 지난달에도 '주식 1주 선물받기(30개 종목)' 2차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로 새로 유입된 인원만 해도 70만 명 수준이다.
토스증권이 이벤트를 통해 지급한 주식의 주가가 상승 궤도를 그리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토스 매매법'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토스 매매법이란 토스가 선정한 종목들 위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본인가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토스증권과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 열릴 정례회의에 '토스뱅크 은행업 인가 심사'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난 2월 5일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한 이후 4개월 만이다. 본인가를 획득하면 토스뱅크는 전산시스템을 최종 점검한 후 3분기 내로 공식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토스뱅크의 출범을 앞두고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투자금 약 5000억 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스가 나스닥 등 해외증시에 상장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회자되는 토스의 밸류에이션은 7조 원 수준이다.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MTS를 선보일 계획이다. /더팩트 DB |
◆ 카카오페이증권 '소액 투자' 재미 쏠쏠…하반기에는 MTS 등장 예정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업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변경하는 방식이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출범 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증권 계좌는 출범 6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초 200만 개를 넘어섰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계좌 수는 400만 개를 돌파한 상태다. 지난해 8월 기준 펀드 투자건수 또한 440만 건에 이른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까닭에는 단연 '접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또한 일상 속에서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투자문화 정착이 제1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생각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플랫폼 파워에 더해 1000원 미만의 동전 단위로도 펀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동전모으기'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전 모으기는 온·오프라인에서 결제 후 1000원 미만으로 남은 금액을 자동으로 미리 지정한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자동투자 기능으로 소액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고객이 지정한 펀드에 원하는 날짜와 금액을 설정하면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동 투자 금액은 최소 1000원부터 최대 200만 원까지 지정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그간 펀드 중심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쳐왔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외 주식매매를 위한 MTS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증권은 개별 주식 투자 중개는 하지 않고,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및 분산투자를 권유하는 미국의 '에이콘스(Acorns)' 모델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카카오페이증권의 모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 중 하나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월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또한 신청했으며, 최근에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통과하고 본인가 획득을 추진 중이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9년 3월 출시한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를 통해 개설된 계좌 수 역시 지난달 말 기준 400만 개를 넘어선 상태다.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는 비대면 증권 계좌 가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기반 서비스다. 카카오뱅크 주주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계좌 개설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 NH투자증권, 6월 KB증권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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