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공식 SNS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美中 패권 다툼…韓 꺼낼 수 있는 카드 '대기업 경쟁력' 뿐이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번 한미 회담에서 안팎의 이목이 쏠린 대목은 '경제사절단'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대기업들이 내놓은 대규모 대미 투자 플랜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현대차), SK, LG그룹이 무려 44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놓자 바이든 정부는 백신 파트너십 강화로 화답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장에 우리 기업인들을 초대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기업명을 일일이 호명하고, 이들 기업 대표를 일으켜 세워 "생큐"를 세 번이나 연발하며 박수치는 광경은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양국 간 득실을 두고 정치권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글로벌 첨단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 선물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열쇠가 됐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작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현 정부·여당은 수년째 기업들 옥죄기에 더 혈안이 돼 있는 모양새다. 거대 집권 여당은 수십여 개의 경제 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을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등 '반(反) 기업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 "경제계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국내외 굵직한 정부 주도 행사 때만 단골 게스트로 대기업을 초청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은 물론 '부동산 구설'로 초라하게 퇴장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부 내 경제 관료들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오찬을 가진 횟수만 하더라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물론 보여주기식 행사 이후 경제계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유의미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건국 이래 최대 성과"라는 정부와 여당의 자평을 듣자 하니 17년 전 한 배우의 수상소감이 떠오른다. 지난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배우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에 선정되자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 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른바 '밥상 수상소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국가 산업 경쟁력'이라는 '밥상'이 없다면, 이들이 얘기하는 '최고의 성과'는 올려놓을 곳도 없는 '숟가락'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 기조 속에 우리나라가 경제 강대국들을 상대로 꺼낼 수 있는 협상 카드는 대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뿐이다. 특히,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쓴 경험을 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견고히 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앞으로 힘써야 할 일은 '기업 옥죄기'가 아닌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 국익을 챙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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