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서정진 명예회장을 향해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
코로나 치료제 등 호재에도 주가 내리막길…개미들 원성 폭발
[더팩트|윤정원 기자] 지난 3월 공식 은퇴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원성까지 불거진다.
20일 오후 1시 33분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는 27만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500원(-0.55%) 떨어졌다.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계속해 지지부진한 그래프를 그리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2000원(-0.74%) 하락한 27만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7일 최고점(39만6239원)을 찍은 셀트리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5월 4일에는 24만4000원까지도 곤두박질쳤다.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세는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코스피 시가총액(37조3754억 원) 10위에 달하는 셀트리온은 국내 대표 바이오주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8491억 원, 영업이익은 7121억 원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까지 승인받은 상태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는 지난 2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위험군 경증환자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한국,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 등을 비롯한 13개국에서 총 1300명의 글로벌 임상3상 환자 모집 및 투약을 완료했으며, 현재 임상 3상 데이터를 정리 중이다. 오는 6월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다는 목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 항체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셈인데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그룹의 합병과 경영권 승계작업이 주가하락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서정진 회장의 두 아들이 등기임원에 선임된 이후부터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3월 26일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공식 은퇴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37)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제품개발부문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등기임원에 올랐다.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이어 지난 4월 13일부로는 셀트리온홀딩스 사내이사직도 얻었다. 서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된 바 있다. 차남인 서준석(34) 셀트리온 이사(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 역시 지난 3월 26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현재 셀트리온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에는 "소유와 경영 분리는 어디로 갔나. 주총 통해 두 아들이 등기임원에 선임된 이후부터 주가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서정진 회장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셀트리온은 공시도 장 마감 이후에나 내고, 평일 아닌 공휴일에만 뉴스를 내보낸다", "회사는 성과급 잔치하고, 서 회장은 대한민국 주식갑부 1위다. 믿고 따른 개미들만 거지된 꼴"등의 토로가 쉼없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8491억 원, 영업이익은 7121억 원을 기록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은 37조 원이다. /더팩트 DB |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019년까지 국내 주식부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인물이다. 현재는 1위 자리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내주고 2위에 안착해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500대 억만장자' 랭킹에서도 서 명예회장(104억 달러‧한화 11조7821억 원)은 국내 기업인 2위 자리에 랭크됐다.
현재 서정진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있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5.51%를 보유하고 있는데, 셀트리온홀딩스가 2020년 말 기준 셀트리온 지분 20.02%를 확보해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11.20%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서정진 명예회장의 두 아들은 보유하는 회사 주식이 없는 상태로, 지분 승계는 셀트리온 3사의 합병과정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을 더 많이 보유 중이다.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셀트리온의 주가가 떨어진 후 합병해야 서 명예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9월 3사 합병을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공정거래법상 신설된 홀딩스가 1년 이상 존속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9월 이후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합지주사로 합병하고 이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제약 등 계열 3사를 합병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주주들의 주가 불만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부러 공시나 뉴스를 늦게 내는 것은 없다. 주가가 오를 때는 종목 토론방도 조용하다. 주주 분들 어느 누구도 불만을 말씀 안 하신다"며 "회사는 약을 만들고 개발하는 데 힘을 쓰는 상황으로, 계속해 성장하고 있다. 주가 흐름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날짜를 확정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올해 9~10월쯤 지주사 합병을 마무리하고, 이후 상장 3사 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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