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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 사과 1년…유의미한 변화 속 사법 리스크·신사업 차질 우려 여전
입력: 2021.05.06 11:43 / 수정: 2021.05.06 11:45
6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1년이 됐다. /이동률 기자
6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1년이 됐다. /이동률 기자

'뉴삼성' 어디까지 왔나…삼성, 총수 부재 속 중대 결정 앞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삼성의 새로운 시작을 약속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사과 이후 주요 계열사에서 노동조합이 생겨나고 준법 경영 체계가 더욱더 견고해지는 등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다만 핵심 내용이었던 '신사업 추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계획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신속한 의사 결정 기능이 마비되며 신사업 전략 수립은 물론 투자 결정이 지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자로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1년이 된다. 지난해 5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관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4세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폐기 △준법 경영 강화 △사회와의 동행 등 '뉴삼성' 도약을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과 이후 삼성은 변화를 위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먼저 노사관계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측의 노조 활동 허용 이후 주요 계열사 노조 설립이 이뤄졌으며, 회사는 노사관계자문그룹 등 별도 조직을 만들어 노조와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선 단체협약 등의 결실도 있었다. 삼성 내 노조 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 기관인 준법감시위원회는 1년 3개월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 낸 것도 준법감시위원회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최고경영진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준법 위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을 주요 계열사에 요구하는 등 감시자로서 뿌리는 내리는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되는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한 삼성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되는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한 삼성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의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 활동, 스타트업 육성, 협력사 상생 방안 마련, 청소년 교육 및 아동 보호 사업 등 사회 공헌 활동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건희 회장 보유 재산의 상속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는 그룹 총수 일가의 '통 큰 기부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삼성 일가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상황을 고려,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에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또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조 원 규모의 이건희 회장 개인 소유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회와의 동행' 약속을 이행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뉴삼성'으로의 도약은 1년째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당시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지속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향후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전략을 적극 가동하며 또 한 번의 혁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며 경영 공백이 생긴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 파운드리 공장 증설 등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 건을 결정해야 하는 삼성은 최고의사결정권자 없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삼성의 치명적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경영상 의사 결정에 지속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날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법조계는 이번 재판이 4년여 시간이 걸렸던 국정농단 사건보다 사안이 복잡하고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최종 판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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