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총부채 규모가 18조6449억 원으로 증가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울산에 위치한 석유공사 사옥. /한국석유공사 제공 |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미국 EP에너지 등에서 수천억~조 단위 손실
[더팩트|이재빈 기자] 한국석유공사의 신임 사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면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신임 사장에게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석유공사 정상화라는 임무가 부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된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떠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총부채 규모로 18조644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부채 대비 5139억 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산은 18조6618억 원에서 17조5040억 원으로 1조1578억 원 감소했다. 이로써 석유공사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석유공사의 완전자본잠식은 예견된 악재였다. 2011년 31조6000억 원에 달했던 석유공사의 자산은 꾸준히 감소하며 2018년에는 18조2000억 원으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18조7000억 원으로 반등했으나 지난해 결국 17조 원대로 감소했다. 2011년 20조8000억 원이었던 부채는 꾸준히 감소한 끝에 2017년에는 17조1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8년 17조5000억 원, 2019년 18조1000억 원으로 점증한 끝에 지난해에는 18조6449억 원을 기록한 셈이다.
차입금 의존도(이자부담부채/총자산)도 80%를 넘어섰다. 2010년대초 석유공사의 차입금 의존도가 30%대였음을 감안하면 10년새 50%포인트(p) 이상 급증한 셈이다. 2011년 37.73%였던 석유공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3년 41.38%를 기록하며 40%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5년 61.42%, 2018년 75.5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약 83%를 기록했다.
석유공사의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에는 무리한 해외 석유개발기업 인수합병과 자산 인수 등이 있다. 차입에 의존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지만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유가도 급락하면서 자산 가치도 급락하면서다. 앞서 석유공사는 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를 기록하던 시기에 다수의 해외유전을 매입했다. 지난해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42.29달러다.
대표적인 사업지가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이다. 석유공사는 4조8000억 원을 투입해 유전을 인수했지만 이 유전에서 끌어올리는 원유는 물이 98% 포함돼 있는 등 유전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석유공사가 2012년 지분 일부를 약 5204억 원에 인수한 미국의 EP에너지는 2019년에만 1조992억 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봤다. 석유공사 실적보고서가 오는 30일 공개 예정이라 지난해 손실 규모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2020년 유가가 전년 대비 더 떨어진 만큼 손실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공사의 부채는 2024년에 2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채가 점증할 전망인 만큼 자력으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아니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됐다. 그가 사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석유공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초라한 성적표로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
지난해 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듬에 따라 양수영 사장은 초라한 성적표로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그의 임기동안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반기 영업이익도 적자를 기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양수영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 석유공사의 매출액은 2조3124억 원이었다. 2018년 양수영 사장이 취임하며 3조1492억 원으로 늘었지만 이듬해인 2019년에는 2조9299억 원으로 2193억 원 감소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는 180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사장 연봉은 꾸준히 늘었다. 2018년 9623만 원이었던 양수영 사장의 연봉은 2019년 1억2857만 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1억2977만 원의 연봉이 책정됐는데 성과급 등이 반영될 경우 총 수령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무추진비도 2017년 410만 원, 2018년 615만 원, 2019년 1230만 원 등 꾸준히 늘었다. 양수영 사장이 2019년을 '비상경영의 해'로 선포하고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에 몰두했음에도 본인의 실수령액과 업무추진비는 늘린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수령액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납한 액수가 크다"며 "양수영 사장은 2018년과 2019년에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연봉 50%를 자진반납했고 지난해에도 4월부터 7월까지 관리직 이상 전 임직원이 임금 30%를 자진반납하는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양수영 사장은 2018년 취임해 지난달 임기가 만료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신임 사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고 양수영 사장은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2월 19일 마감한 한국석유공사 사장 공모에는 총 12명이 지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가 이르면 이달 중 권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약 9개월간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해외자원사업 현황, 경제성 및 사업 유지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TF가 발표할 권고안에는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기능 개편 방향, 정부 지원 원칙 등이 포괄적으로 담긴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TF가 권고안에서 공적자금 투입 여부 결정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존재한다.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박이다.
fueg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