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에만 83조3000억 원의 자금을 굴렸다. /더팩트 DB |
가계 자금 조달 규모도 사상 최대 기록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주식투자 열풍으로 지난해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사상 최대인 83조 원을 기록했다. 동시에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192조1000억 원으로, 전년(92조2000억 원) 대비 2.1배 증가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보통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었다는건 예금이나 보험, 주식, 펀드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액)이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액)보다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한 가계 이전소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76조7000억 원)가 2019년(-3조8000억 원)보다 80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에만 83조3000억 원의 자금을 굴렸다.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규모는 173조5000억 원으로 전년(89조2000억 원)의 2배에 가까운 84조3000억 원(94.5%)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71조7000억 원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제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대출 등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운용 측면에서는 결제성 예금 등 단기성 자금이 누적되고 주식 등 고수익 금융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순자금 조달 규모가 -88조3000억 원으로 전년동기(-61조1000억 원)보다 확대됐다. 기업은 자금 운용액보다 자금 조달액이 만아 순자금 운용액이 음(-)인 '순자금 조달' 상태가 일반적이다.
재정지출을 늘린 정부의 여윳돈은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순자금운용액은 전년 29조5000억 원에서 -27조1000억 원으로 순운용에서 순조달로 돌아섰다.
정부가 순조달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15조원으로 순조달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방중권 팀장은 "정부 소비·투자가 확대되고 보조금 등 코로나19에 따른 이전 지출이 크게 늘어 정부 자금 상태가 순운용에서 순조달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