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계열 분리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됐다. 이에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신설지주사가 5월 공식 출범한다. /더팩트 DB |
LG 지주사 분할 승인하자 국토정보공사 "사명 사용 중지하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 신설지주사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사 분할 계획을 승인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과의 계열 분리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다만 외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기존에 'LX' 상표를 사용해왔던 한국국토정보공사(공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LX 사명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LG는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전날(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LG 주주총회를 통해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부문을 분리해 신설지주사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사 분할 계획을 승인했다. 신설지주사는 오는 5월 1일 공식 출범하며, LG그룹은 존속지주사 ㈜LG와 신설지주사 ㈜LX홀딩스 등 2개 지주회사로 재편된다.
두 지주회사는 독립 및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 사업 관리 영역 전문화, 사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배터리, 대형OLED, 자동차전장 등 성장 동력을 강화한다.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 회사들을 주력 기업으로 육성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구본준 고문이 이끌게 될 LX홀딩스 계열은 이르면 올해 안에 LG그룹과 계열 분리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공사는 LG의 지주사 분할 계획 승인 소식을 듣고 즉각 반발했다. 특히 대응 수위를 높여 김정렬 사장이 직접 LX홀딩스의 사명 사용 중지와 함께 LG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김정렬 사장은 "10년 넘게 LX를 사용해온 공사는 선출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사는 국토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특정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LX홀딩스의 상표 출원은 준정부기관인 공사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LG가 LX홀딩스 사명을 계속 사용할 경우 332억 원을 투입해 10년 넘게 추진해온 자사 LX 브랜드 사업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공사의 여러 국책사업을 민간기업이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X 사명' 문제를 대화로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한국국토정보공사 제공 |
공사의 문제 제기에 LG 관계자는 "LX 상표 사용 가능 여부를 상표 출원 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표법에 따라 'LX'란 알파벳 두 글자는 식별력이 없어 그 자체만으로 상표 등록이 어렵고, 따라서 현재 그 명칭을 어느 누구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 측의 주장은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LG는 대화를 통해 'LX 사명'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뜻을 공사 측에 전했다. LG 관계자는 "앞으로도 두 회사 간 협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며 상생 협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LG와 공사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무진 간 소통 채널이 열려 있긴 하지만, 만남 자체에 대한 공사의 고심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LG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만남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공사 내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사명 문제에 대한 양측의 협의가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LG의 대화 요청에 공사가 응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LG와 공사는 지난 16일 만나 사명 문제를 논의했지만, 두 번째 만남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만남 이후 오히려 공사는 지난 22일 구본준 고문의 신설지주사를 상대로 가처분신청 등 사명 사용 관련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공사는 법적 대응과 관련해 최근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사는 법률적 조치로 상표 출원을 제지하는 동시에 국회 등과 공공기관의 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적 보완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LG와 공사의 2차 만남 여부가 다음 주 중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만남과 관련해 LG와 공사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