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은 26일 열린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걸어온 박철완 상무(오른쪽)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박철완 상무는 임시총회와 내년 주주총회 등을 기약하며 경영권 분쟁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더팩트 DB |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임기 내년 3월 만료…박철완 재도전 예고
[더팩트|이재빈 기자] 올해 1분기를 뜨겁게 달궜던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완승'을 거두면서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임시총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다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전날(26일) 제4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사측안과 박철완 상무가 제출한 주주제안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졌다.
표대결은 박찬구 회장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사측 안건 대부분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됐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당초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안건에서도 최소 10%p 이상 격차를 벌리며 주주들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사측 안건 중 유일하게 통과되지 않은 2-1-1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의 건은 주주들로부터 55.8%의 지지를 얻었지만 특별결의사항 결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사항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반면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은 단 한 건도 의결되지 않았다. 특히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안건이 52.7%를 득표하며 유일하게 과반을 넘겼지만 이사회 진입에는 실패했다. 사측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백종훈 본부장이 64.0%의 득표율을 기록해서다. 양측은 사전에 더 높은 득표를 기록한 후보자가 이사회에 합류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박철완 상무는 사내이사 안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안건에서 20~30%대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박찬구 회장은 이날 "주주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ESG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이 완승을 거뒀지만 박철완 상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가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다만 박찬구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뒀어도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박철완 상무에게 있어 이날 표대결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철완 상무는 주주총회 직후 임시총회를 소집하거나 다음 주주총회에서 재대결을 벌이는 등의 형태로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철완 상무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사회 진입이 아쉽게 좌절됐지만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과 자사주 장기 보유, 동종업계 대비 과소 배당 등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임시총회를 소집하겠다. 다음 주주총회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찬구 회장이 불법취업 상태에서 51억 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 역시 회사의 임직원들과 모든 주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ESG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의 배임 등 법적 책임과 불법취업 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철완 상무는 올해 들어서 모친과 장인 등을 동원해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등 장기전을 각오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매수한 주식의 액수는 박철완 상무가 20억 원, 모친 김형일 씨가 55억 원,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3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이후로 취득한 주식은 2022년도 정기주주총회나 매수 후 새로 열리는 임시총회부터 의결권이 주어지는 만큼 박철완 상무와 그의 가족들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에는 제법 근거가 있는 셈이다.
박철완 상무가 다음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려는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다음 표대결에서 박찬구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박찬구 회장의 임기 만료는 2022년 3월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다음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더라도 박철완 상무가 이사회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진입 여부를 두고 사측의 백종훈 본부장과 11.3%p의 격차로 밀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백종훈 본부장과 박철완 상무를 모두 지지했다.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측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3.14%의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다음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가 2명이라는 점도 박철완 상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2022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또 한 명의 사내이사는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다. 2명의 사내이사를 한 번에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철완 상무의 득표수가 박찬구 회장을 앞서더라도 박찬구 회장이 득표수 2위로 사내이사에 연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철완 상무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와 민준기 덴튼스리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등을 후보자로 내세웠음에도 이들의 득표율은 25.4~32.2%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다. 국민연금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박철완 상무측 후보자를 반대할 경우 박찬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만3500원(5.99%) 오른 23만9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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