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자구책으로 장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로비 모습. /한예주 기자 |
롯데호텔 서울, 장박 상품 선봬…투숙시간 대대적 변화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자구책으로 '장박(장기 숙박)' 상품 출시에 나서는 가운데, 서울 시내 특급 호텔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럭셔리 이미지를 잃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지만, 최악의 업황 속 변화가 불가피하단 판단 아래 그간 3, 4성급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던 '호텔 월세'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호캉스족 수요와 비즈니스맨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은 호텔에서의 장기 생활 상품 '원스 인 어 라이프(Once in a Life)'를 출시했다.
오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이용 가능한 상품으로, 메인 타워 객실 14박부터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14박 상품은 250만 원부터(추가 1박당 18만 원), 30박 상품은 340만 원부터(추가 1박당 13만 원) 이용할 수 있다. 라세느 조식을 14박 30만8000원, 30박 66만 원에 추가할 수도 있다. 모두 세금·봉사료 포함 금액이다.
비즈니스 고객을 위해 객실 청소와 셔츠·속옷·양말 세탁 서비스, 무료 주차 서비스도 제공된다. 피트니스·수영장과 전자레인지 등이 마련된 전용 라운지 이용 혜택도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정부기관 및 외국계 기업의 장기투숙 상품 수요 증가를 감안해 세탁서비스와 같은 실속형 혜택을 포함한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이 '장박'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파격적인 행보다. 도심 호텔들은 코로나19로 해외 비즈니스 및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한 타개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요 호텔 외식 사업부는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는 물론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적자폭은 늘어나고 있다. 개점휴업으로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손해인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파격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업계는 실적 개선을 위한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한 숙박시간과 기간으로 구성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롯데호텔 제공 |
5성급 호텔의 장기투숙은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일본 도쿄의 최고급 호텔인 제국호텔은 지난달 한 달 살기용 상품을 출시해 판매 당일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는 신라스테이가 작년 하반기에 먼저 시작했다. 앞서 신라호텔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전국 12곳의 신라스테이에 최소 14박부터 이용이 가능한 장기 숙박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기준 300여 객실의 판매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 호텔,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 등은 150만 원대에 '한 달 살기'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호텔 장기 숙박을 위한 별도의 예약 플랫폼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호텔에삶' 서비스에선 서울 강남구 글래드호텔을 바롯해 서울 시내 3, 4성급 호텔 10여 곳의 장기 숙박 상품의 예약을 받고 있다.
장기 숙박의 이유는 다양하다. 일과 호캉스를 동시에 누리려는 '워케이션(work+vacation)'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사나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잠시 살 곳으로 호텔을 택하는 이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 출장도 단기보다 한 번에 오래 머물며 일을 처리하는 장기 출장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잠시 거주할 곳을 찾는 이들에게 방 청소, 침구 교체 서비스와 함께 각종 부대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부터 반나절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투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패키지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 당일 오후에 체크인해 다음 날 오전 체크아웃하는 호텔의 투숙시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호텔업계에서는 다양한 숙박시간과 기간으로 구성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출장과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국내 고객 맞춤형 상품 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필요가 생긴 것이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호텔에서 청소, 세탁 서비스, 수영장 및 피트니스 이용 등 생활형 혜택을 제공하는 재택근무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오전 이른 시간에 호텔에 체크인해 저녁에 체크아웃하거나 1박을 더하는 형태다.
'재텔근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집 대신 호텔에서의 근무는 많은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침에 호텔로 출근해 저녁에 집으로 퇴근하는 형태의 재텔근무 상품의 경우 올해 특급호텔부터 비즈니스호텔까지 일반화된 상태다.
한 발 더 나가 하루에 짧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메이필드호텔은 오전 9시에 체크인해 당이 오후 6시까지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나절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서울 도심 속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면서 업무도 볼 수 있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에서는 서울 지역 4개의 글래드 호텔(여의도, 마포, 강남 코엑스센터, 라이브 강남)에 6시간 동안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숏캉스' 패키지를 이달 말까지 판매한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