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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떠나는 박용만 "나는 공적 이해 모자란 사람이었다"
입력: 2021.02.26 00:00 / 수정: 2021.02.26 00:00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0일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출간하면서 35년간 경영인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마음산책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0일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출간하면서 35년간 경영인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마음산책 제공

대한상의 퇴임 앞두고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출간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의 퇴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산문집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책을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에는 7년 8개월 동안의 대한상의 활동과 더불어 35년 경영인으로서의 철학이 담겼다.

박용만 회장은 다음 달 24일 열리는 대한상의 전체 의원총회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르면 대한상의 생활을 완전히 마무리한다.

◆ "내 역할은 청년 사업가 돕는 것"

박용만 회장은 최근 진행된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샌드박스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로 대한상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이처럼 박용만 회장이 규제 혁신에 공을 들인 건 '청년 사업가들을 돕겠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 된다는 얘기를 하다 보면, 미국·유럽의 청년들은 듣지 않아도 될 말을 우리 젊은이들은 왜 들어야 하나 싶어서 미안했다"며 "이는 내가 샌드박스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박용만 회장의 '청년 사업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내용 곳곳에 드러난다. 미래를 위해 청년들의 역할을 더욱더 중요시하는 태도가 경제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있어야 한다는 게 박용만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책에서 "우리가 알고 체험해 얻은 판단의 프레임은 이미 상당수 유물이 돼버렸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맨 앞에 젊은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 사업가'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신입사원으로 향했다. 박용만 회장은 매년 신입사원 최종 면접이 끝나면, 꽃바구니와 함께 손글씨로 쓴 카드를 신입사원 부모에게 전달했다. 또 사원들이 들어오면 부모와 함께 저녁 초대를 하고, 해외 사업장을 가는 경우에는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후일담도 있다. 박용만 회장이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아버지' 혹은 '회장 아버지'라고 격 없이 불리는 이유다.

그는 책에서 "기업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젊은 친구들을 뽑아 한 식구가 되고 아들딸 기르듯 내 자식으로 품어가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 영업직 시작으로 35년 동안 달린 경영인

식품·출판·광고·건설·중공업 등 두산그룹의 여러 사업 부문을 거쳐온 박용만 회장이 입사 초기에 맡았던 업무는 청량음료 영업이었다. 청량음료 영업은 서울·경기·강원 지역에서 300개 정도의 판매 루트에서 주문을 받아 오면 600개 정도의 트럭으로 배달하는 일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7년간 영업을 맡았던 박용만 회장은 "낯선 사람들과 생소하고 거친 일을 했지만 내 추억 속에 제일 미소와 그리움으로 남는 시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박용만 회장은 1995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았고 재빠른 구조조정과 매각을 통해 IMF 시기 피해를 최소화했다. 오랜 협상 경험으로 체득된 박용만 회장의 블러핑(자신의 패가 좋지 않을 때 상대의 기권을 유도하기 위해 허풍을 떠는 전략을 일컫는 포커 용어) 구분법은 유명하다. 1998년 두산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5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다시 조정하자는 매수 회사의 제안에 박용만 회장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빼앗은 일화도 전해진다.

박용만 회장은 획기적 인수합병을 통해 두산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갔다. 이는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인수합병 전문가로 박용만 회장이 항상 거론되는 이유다. 초기 두산은 OB맥주를 팔던 회사였지만,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회사로 거듭났다. 2000년 이전과 이후의 두산은 전혀 다른 사업구조를 갖췄는데, 그 중심에는 박용만 회장이 있었다.

박용만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더팩트 DB
박용만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더팩트 DB

◆ 대한상의 회장 임기를 마치며…

박용만 회장의 산문집 출간이 주목받는 건 대한상의 회장 퇴임 시기와 맞물려서만은 아니다. 이례적으로 기업인이 대필작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담고 있다. 그는 "대한상의 회장을 7년 넘게 하고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나누는 것은 지금도 SNS에서 늘 하는 일이니, (책을 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며 집필 계기를 밝혔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활동에 대해선 '아쉬움'으로 채웠다. 기업 CEO로서의 사적인 이해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공적인 이해 사이에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소 부족했다는 자평이다. 박용만 회장은 "CEO로서 능력이 내게 체화된 생산성과 수익성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당연히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능력과 사고를 갖춰야만 했다"며 "공적인 이해를 위해 일할 자격에서 모자란 사람이었다는 반성이 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에는 자연인 박용만이 소개된다. 개인사와 함께 '사람'을 대하는 박용만 회장의 소탈한 태도와 모습 등이 드러난다. 한때 저널리스트를 꿈꿨던 박용만 회장은 글쓰기를 좋아하며, 지금도 사진·요리·미식·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20년 만에 중도 사퇴 없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대한상의 회장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김상하 13~16대 회장 이후 처음이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손경식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대한상의 회장에 올랐고, 이후 2015년 정식 선출, 2018년 연임까지 성공하며 총 7년 8개월의 임기를 채웠다.

sh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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