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경영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이민주 기자 |
임일순 대표 사임 두 달째…'올라인·코너스' 동력 잃나
[더팩트|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신임 대표이사(CEO) 선임이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리더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표이사 자리는 벌써 두 달째 공석이다. 임 대표는 지난달 8일 임원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발표했으며, 13일 회사를 떠났다.
이에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나 지지부진한 분위기다.
이들은 인선 작업이 길어지자, 최근 연태준 부사장 체재로 전환했다. 연 부사장은 임 대표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내부 업무는 기존 부문장 체제로 운영하는 한편 외부 업무는 연 부사장이 맡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3년 3개월만에 "개인적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홈플러스 제공 |
◆ 후임자 선임 늦어지는 이유…'리츠 상장' 때문?
신임 대표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위기 타개를 위해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홈플러스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신임 대표이사에 유통 전문가가 아닌 자본 전문가를 중용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9년 2월 한 차례 리츠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최근 홈플러스 실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리츠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에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었다. 이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9% 줄어든 7조3002억 원, 영업이익은 38.39% 감소한 1602억 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322억 원이다. 홈플러스 실적은 지난 2016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홈플러스의 '자산 유동화' 행보도 '리츠 재추진'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안산점(7월), 대전탄방점(7월), 대전둔산점(9월), 대구점(10월)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번 리츠 상장 도전 때보다 몸집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리츠 상장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로 이에 적합한 자본시장 전문가와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며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리츠 재상장 추진은 전혀 고려한바 없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가 사임하면서 그가 추진하던 코너스, 올라인 사업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코너스 1호점. /홈플러스 제공 |
◆ "올라인·매장 다양화" 올해 사업 문제 없나?
이 가운데 '경영 공백' 장기화가 홈플러스 올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임 대표가 사임하면서 그가 중심이 돼 추진됐던 '코너스' 등 사업은추진력을 잃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임 대표는 재직 기간 중 홈플러스를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대표는 창고형 할인점이 뜨는 트렌드에 맞춰 매장을 리뉴얼해 '홈플러스 스페셜'을 내놨고, 최근에는 매장 다양화를 위해 복합몰 '코너스' 모델을 내놨다.
코너스는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몰로 온라인쇼핑에서는 누릴 수 없는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형태의 매장이다. 지난해 8월 부산 연제구에 1호점인 아시아드점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갔다 하더라도, 이를 초기 단계부터 구상하고 주도적으로 이끌던 리더가 없어지면 동력을 잃기 마련"이라며 "특히 복합몰 코너스의 경우 임 사장이 2년여를 준비해 지난해 8월에야 겨우 첫 발을 뗀 사업이다. 새 대표가 오면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측은 "임 전 대표가 사임하기전 올해(2021년 회계연도)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을 마무리해놓고 갔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원을 뽑기 위해서도 서류 심사, 면접 등 절차가 있고 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대표이사 자리에 아무나 뽑을 수는 없지 않냐"며 "또 전임자가 경질이 아닌 자진 사임했기 때문에 사전에 후임자를 결정해둘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