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항공계열사 진에어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더팩트 DB |
FSC·LCC 차이 극명…아시아나 M&A 및 백신 상황 관건
[더팩트|한예주 기자] 대한항공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진에어의 지난해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업계 유일 흑자를 기록한 것에 반해, 진에어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가운데, 두 항공사 산하의 저비용항공사(LCC) 통합에 따라 올해는 진에어가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선 등 여객 수송 실적이 74% 급감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2%에 감소한 7조405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83억 원으로, 전년보다 16.8% 감소하는 수준에서 선방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65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1000억~13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대한항공의 호실적은 최근의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꽤 드문 일이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정부로부터 수십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60억~120억 달러(6조7080억 원~13조41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일본공수는 30억 달러(3조354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으며 중국 4위 항공사 하이난항공은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기의 대부분이 멈춰 서자 지난해 4월부터 전 직원들이 연말까지 돌아가며 휴업에 돌입한 것이 이번 영업흑자로 이어졌다.
화물사업의 선방도 빼 놓을 수 없다. 여객기 운항이 급감해 화물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줄었지만, 기존 23대의 보유 대형 화물기 기단을 십분 활용해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높였다. 지난해 화물 매출은 4조2507억 원으로, 전년(2조5575억 원) 대비 66.2% 급증했다.
이렇듯 '큰형'인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에도 화물 사업을 통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그룹의 계열사인 LCC 진에어는 '코로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847억 원으로 전년(488억 원) 대비 278% 증가했다. 48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2019년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매출액은 2718억 원으로 2019년 9102억 원에서 70.1%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567억 원에서 1904억 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진에어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업량 급감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비교해 애초 화물 운송 비중이 작았고 화물기 수가 적은 LCC 특성에 따라 여객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통합 LCC가 출범하면 진에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진에어 제공 |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진에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산하 LCC 업체 통합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CC 3사 통합을 압두고 있다"면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LCC가 연내 동반 출범 가능성이 있다. 3사가 통합하면 기체 60대를 운영하는 거대 LCC가 출범해 명실상부한 1위 LCC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진에어는 올해는 국내선 노선 확대, 화물 사업 강화,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에어는 대구, 울산, 포항, 군산, 원주, 여수공항 등에 신규 취항했으며 B777-200ER 기종을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고 카고시트백을 도입하는 등 화물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순환 휴직, 임원진 급여 반납 등 비용 절감 조치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 진행 상황에 따라 하반기 이후 여행 수요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노선 및 기재 운영과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 한해에도 자구 노력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후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체질개선에 나선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1조1193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기내식기판사업을 9817억 원에 매각했다. 왕산레저개발과 칼리무진도 매각 마무리 단계다. 이와 함께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 중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지분 매각 및 서울시와의 송현동부지 매각 협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2분기부터 백신 수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화물 사업 강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예정된 3조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인수후통합(PMI)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