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을 권고했다. /더팩트 DB |
업계 "개인·외국인 항의 쇄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축소하라고 권고한 것을 두고 금융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을 권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연체 문제 등 금융 시스템 건전성이 우려되기 때문에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주주 배당을 줄이고 재원을 확보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며 "권고 적용기간은 오는 6월 말까지로, 권고 종료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배당에 대해 구두 권고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금융지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 성향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가 27%로 가장 높았고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26%, 신한금융지주는 25%였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관리 부서에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관련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
이러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현실에 공감하지만, 주주 불만과 이탈에 대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관리 부서에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관련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의 간섭은 어디까지인가", "관치금융이 맞나 보다", "주식회사에서 주주에게 이익 배분은 당연한 거 아닌가"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제로 정부가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권고했는지 묻는 분들이 많다"며 "주주의 반대 뜻을 전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당국의 유례없는 경영개입과 관련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대다수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정 수준의 배당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의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호황인 주식시장에서 금융주만 저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부양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 견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데, 이러한 당국의 간섭이 주주 이탈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