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
신세계, SKT와 1353억 원에 양해각서…이마트와 시너지·놀거리 등 기대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또 한 번 실험에 나섰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스포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간 이커머스의 팽창으로 위기에 직면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돌파구는 '차별화된 콘텐츠'라고 강조해왔던 만큼, 정 부회장이 '유통X놀이' 비즈니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본업인 유통업과 야구단 인수를 통한 스포츠와의 협업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이다.
26일 이마트는 SK텔레콤과 주식 및 자산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이 지분 100%(보통주식 100만 주)를 들고 있는 SK와이번스를 거래하는 계약이다. 거래대상에는 SK와이번스가 사용 중인 SK텔레콤 소유 토지 및 건물(야구연습장 등)이 포함된다.
인수 금액은 1352억8000만 원으로 주식 1000억 원과 토지 352억8000만 원으로 이뤄졌다.
SK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은 다음달 23일 체결된다. 이마트 측은 "본계약 체결 후 KBO·인천시·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승인을 통해 인수를 종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인수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이전부터 야구단에 관심을 보여 왔다. 서울 히어로즈 구단을 비롯해 여러 차례 야구단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사실 신세계그룹은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국내 5대 프로 스포츠와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과거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여자프로농구 구단을 운영한 역사만 있다. 최근에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선에서 스포츠와 연을 맺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운영하는 프로 스포츠팀은 따로 없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 부회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체험형 유통망 공간 마련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야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는 오프라인의 경쟁력이 다른 곳에서 겪지 못할 경험이라고 판단, 화성 국제 테마파크사업 등 '놀거리'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야구단 인수 역시 이마트와의 시너지는 물론이고 서로를 연계해 즐길거리를 제공하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나 가전유통채널인 '일렉트로마트', 만물상 잡화점인 '삐에로쑈핑'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체험형 공간 마련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이마트 점포 리뉴얼에 전체 투자금액의 30%를 쏟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16년 스타필드 1호점을 열 당시 정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본업인 유통업과 야구단 인수를 통한 스포츠와의 협업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당시 우승을 차지한 SK 선수들이 최태원 SK 그룹 회장을 헹가레 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
업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마트에 프로야구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시너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어 유통업체 마케팅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야구 관중의 60%가 20~30대 관객이라는 점에서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론이 테마파크에 이어 야구장까지 뻗어간 것 같다"면서 "도심에서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프로야구를 오프라인 유통과 연계시킨다면 새로운 유통 모델이 탄생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프로야구의 질적·양적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야구장 밖에서도 '이마트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상품 개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식품과 생활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소개함으로써 야구장 밖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야구장 내에 이마트나 노브랜드 버거와 같은 신세계 계열사 점포가 들어설 개연성도 높다. 이에 따라 신세계푸드와 같은 계열사들의 시너지 및 수혜도 예상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만의 고객 경험과 노하우로 행복한 야구장을 만들 것"이라며 "야구 팬과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지분 향방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신세계는 삼성 라이온즈 지분 14.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삼성라이온즈 지분은 정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가 와이번스 인수를 완료하면 롯데그룹의 롯데 자이언츠와 '유통공룡'끼리의 라이벌 구도도 새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