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조카가 검찰에 구속되는 등 이스타항공의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더팩트 DB |
'이상직 조카' 재무팀장, 배임·횡령 혐의 구속…컨트롤 타워 부재
[더팩트|한예주 기자] 이스타항공 안팎에 산재한 악재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영진 한 명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창업주 일가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부각된 것. 존폐 위기에 몰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주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혐의로 이스타항공 간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조카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이다.
고발인 측 등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이스타항공의 장기차입금을 조기에 상환, 회사의 재정 안정성을 해치는 등 회사와 직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국민의힘 등이 지난해 8~9월 이 의원과 경영진을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노조와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2015년 자녀에게 이스타항공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과정에서 협력사에 압력을 가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임직원을 상대로 이 의원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의혹도 제기했다.
경영진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의원의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사건의 몸통을 이상직 의원으로 보고 있다. A씨와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을 공모했다는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스타항공 임원진에 대한 필요조사를 마친 상태인 만큼, 이상직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환조사 시기는 이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공판이 끝나는 2월 3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던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
지난 18일 최종구 사장의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사임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 사장은 이 의원이 한 때 경영한 KIC그룹에서 인연을 맺은 최측근이다.
신임 대표에 오른 김유상 부사장 역시 이 의원의 측근이다. 김 부사장은 이 의원이 19대 국회에 활동할 당시 보좌관 출신이다.
조만간 결정될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던 이스타항공은 갑작스러운 경영진 구속에 비상이 걸렸다. 법원을 설득하고, 회생절차를 이행하려면 윗선 경영진의 역할과 임무가 중요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부재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던 이스타항공은 호남의 한 중견기업과의 M&A 계약도 마무리 협상 단계에서 결렬되자 지난 14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스타항공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상태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끊임없는 구설과 잡음에 시달리는 이스타항공이 새 인수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고, 이 의원 일가와 얽히는 것에 대한 잠정적인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매각 의사를 밝혔던 기업들이 가장 문제시 삼았던 이슈가 창업주 일가 이슈인 것으로 알고있다"며 "정치적 리스크는 부채나 노조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코로나19로 운항 재개 시점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고 가기엔 부담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직원 일부로 꾸려진 근로자연대가 '기업회생절차 진행을 적극 지지한다'고 성명서를 내면서 '해고를 철회하라'는 조종사노동조합 간 노노 갈등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근로자 대표 2인과 각 부서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모여 결성한 근로자연대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희망인 기업회생절차 진행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종사노조는 "회사와 직원들이 해고자들은 무시하고 남아 있는 사람만 생각한다"며 "기업회생이 절실한 건 맞지만 해고 철회 및 경영진 책임이 잇따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