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건설사 수장들은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하며 각 사가 추구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 상단부터 순서대로)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마창민 DL이앤씨(E&C) 대표이사 /각 사 제공 |
신성장 동력·친환경 사업·안전 등 초점
[더팩트|윤정원 기자]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경기 침체 가운데에서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의 경우 4조 원7000억 원가량의 수주고를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정비사업을 믿고 안주하기에는 버거운 한 해가 될 성싶다. 건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 난황이 지속할 것이며, 코로나19 팬데믹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따라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난관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역량 개발 및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신년 계획을 내세웠다. 따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삼성물산·DL·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의 신년사를 간략히 정리했다.
◆ 신(新)성장 동력 통해 수익 극대화 돌입
신년을 맞이하며 건설사들이 주창한 것은 단연 '혁신'과 '미래 성장력' 확보다. 건설사 수장들은 일제히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금년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방침으로 △토털 솔루션 컴퍼니(Total Solution Company)로의 도약 △신사업의 안정화와 육성 △지속가능한 역량 및 인프라 구축 △공정인사를 통한 성과주의 정착 등 4가지를 제시한 상태다. 임 부회장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언제나처럼 늘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도전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지속가능한GS건설의 토대를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대우건설은 양적 성장만을 위한 무분별한 수주는 철저히 배제하고, 기존 전략 상품 및 시장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4차 산업, 그린뉴딜, 친환경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조응하고 우리 대우건설의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발굴 및 Value Chain 확대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본연의 경쟁력인 건설을 기반으로 리츠를 활용한 금융 구조화 비즈니스 플랫폼을 론칭하는 등 종합금융부동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스마트시티 구현, 에너지, 물류 시설 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 개발하고 사례를 분석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림에서 DL로…"도전적인 시간이 될 것"
신년을 맞이하며 모든 건설사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자고 설파하지만, '시작'의 의미가 가장 강한 곳은 DL이 아닐까. 올해로 창사 82주년을 맞은 대림은 올해 1월 1일부로 그룹 명칭을 DL로 변경하고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지주회사 DL에서 건설사업부는 DL이앤씨(E&C)로 분할된 상태다. DL이앤씨는 건설산업에 디지털 혁신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혁신하고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 사업자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년사에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구체적인 전략수립안을 열거하기보다는 DL로 새롭게 출발한다는 데 방점을 두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마창민 대표이사는 "과거의 성공을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겠다. 올해는 무척 새롭고 도전적인 시간이 되겠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풀었으면 하는 숙제들을 거뜬히 해치우는 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좌측 상단부터 순서대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각 사 제공 |
◆ ESG·탄소중립 등 친환경 사업 박차
친환경 사업 강화에 한층 더 힘을 주겠다는 건설사는 포스코건설과 SK건설이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수주 단계부터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차원에서 이슈들을 검토하고 탄소 중립과 자원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환경오염과 소음을 최소화해 환경과 관련된 민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그룹사, 협력사와 협력해 친환경 강건재로서 장점을 부각하고 획기적인 수요 유인 전략을 마련해 국내 건설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보탰다.
SK건설은 지난해 국내 최대 종합 환경플랫폼인 EMC홀딩스를 인수했던 점, 경북 구미에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을 준공해 친환경 연료전지 국산화에 돌입한 점 등을 거론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주창했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EMC홀딩스를 기반으로 여러 관계사 및 비즈파트너와의 오또(OTO·One Team Operation)를 통해 기술과 금융을 접목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겠다. 수소사업 추진단도 발족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재해 없는 한 해 되자…'안전' 제일주의
안전 문제는 매년 건설업계 신년사에서 강조되는 내용이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또렷한 모양새다. 지난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 감소를 위해 기업의 과실 여부에 따라 기업 범죄 법인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 책임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을 주로 한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안전과 관련된 엄격한 사회적 요구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임직원이 일과 행동의 최우선 가치에 안전을 두어 재해 없는 회사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의 신뢰를 담보하는 품질 관리 및 안전사고 예방은 회사의 근원적 책무다. 궁극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단기적 기능의 측면만 바라보며 움직인다면 회사의 손실 여부를 떠나 결코 생존할 수 없다. 품질 혁신과 안전 경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양보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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