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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실적' 작년 농사 망친 정유4사, 신축년 다를까
입력: 2021.01.02 06:00 / 수정: 2021.01.02 06:00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4사는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으며 총 5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해를 보냈다. /더팩트 DB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4사는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으며 총 5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해'를 보냈다. /더팩트 DB

친환경 사업 진출·신사업 확대 등 수익 활로 찾기 나서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가 올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수익성 높은 사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신사업군을 확대해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4조8074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지속되면서 적자 기조는 탈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3년 간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호황기를 누렸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이다. 더욱이 코로나 펜데믹 여파에 내년에도 업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유4사가 5조 원대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해 재고 관련 손실이 불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유사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나 선박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 등 석유 제품 수요의 감소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으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해를 보내게 됐다.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나 수송·운영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일반적으로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이어졌다.

하반기 다소 업황이 개선되면서 적자 폭을 줄였으나 내년에도 석유 제품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 부진을 완전히 털어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강력한 체질 개선 천명을 통해 기존 사업 구조를 변경하고, 기후 변화 이슈 증가로 수요가 확대되는 친환경 제품 생산에 주력하거나 전기차, 주유소 인프라 사업 등 새로운 사업군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친환경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 사업 계열사 SK에너지가 지난 6월 세차와 주차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과 제휴해 차량 관리 통합 플랫폼 서비스 '머핀'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윤활유 사업 계열사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제품 출시도 빼놓을 수 없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9월 친환경 용기로 만든 '지크 제로'와 '지크 월드시리즈' 등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친환경 전환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4사가 올해 점진적 수요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비정유부문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더팩트 DB
국내 정유4사가 올해 점진적 수요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비정유부문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더팩트 DB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인프라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먼저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인 '에너지플러스 허브' 계획 공개를 통해 주유소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물류, F&B 등 사업을 함께 영위할 수 있는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으로 탈바꿈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00여 개를 인수하면서 정유업계 주유소 보유 2위로 올라선 현대오일뱅크 역시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인프라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기존 주유소 인프라에 수소충전소 사업을 추가해 오는 2025년까지 80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세차업체 비엣워시를 인수해 2조5000억 원 규모의 프리미엄 세차시장에 뛰어든 것도 새로운 사업을 통한 수익성 찾기의 일환으로 꼽힌다.

양사는 비정유부문에서 석유화학사업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 수요가 오르고 있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올레핀 제조 공장의 준공을 모두 올해로 계획하고 있어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올레핀 공장 가동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이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가량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찌감치 석유화학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7조 원 가량을 투자한 에쓰오일도 올해 비정유부문 비중을 크게 늘리고 가시적인 수익성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석유화학 비중을 최대 25%까지 늘리는 '비전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사업 분야에서도 전략적 검토를 지속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비전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무더기 적자를 겪은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를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 깔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도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으로 정유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점진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함과 동시에 신사업에서 수익성을 찾는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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