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이 중형 항공기를 도입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박차를 다하고 있다. 사진은 티웨이항공이 도입할 A330-300 모습. /티웨이항공 제공 |
내년 말부터 A330-300 3대 순차 도입…코로나19 속 신규 투자 우려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티웨이항공이 중형 항공기를 통해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업계 과당 경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업계에서는 LC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구조적인 방향은 맞지만 코로나19로 자금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항공기 도입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내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지난 18일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새로운 항공기로 에어버스 A330-300을 선정하고 항공기 도입 LOI를 체결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3대의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으로, 본 계약 체결 등 구체적인 수순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기종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운항·객실·정비·운송 등 전 부서의 공조아래 도입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는 전 세계 65개 항공사에서 770여대의 항공기가 운항 중으로, 현재 티웨이항공이 단일 기재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B737-800보다 6000km 이상 항속거리가 늘어난 최대 1만175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새로운 항공기를 통해 추후 호주 시드니를 포함, 크로아티아·호놀룰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장거리 도시 취항으로 단거리 지역 위주였던 LCC 노선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성수기 시즌 공급이 부족한 노선에는 중대형기 투입을 통해 고객들의 항공 여행 편의 확대와 수익 증대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최근 확대 운영하고 있는 화물 사업에도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벨리 카고를 통해 베트남·동남아·대만·일본·홍콩 등 화물 운송을 해왔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부터 대구-제주 노선을 통한 국내선 화물운송사업도 확대해 왔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기내 좌석을 활용한 화물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그간 적재량이 10t 이하였던 반면, A330-300을 통해선 최대 20t까지 벨리 카고에 적재가 가능해 화물 사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제고를 통한 안정적 성장을 위해 중장거리 노선을 개발하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금난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이덕인 기자 |
티웨이항공이 중형 항공기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매 분기 300억~5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국제선 대신 국내선 확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제선 매출 비중이 약 80%에 달해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4분기도 적자가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티웨이항공은 35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도 공급 과잉 논란을 빚으며 출혈 경쟁을 벌였던 LCC 특성상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LCC 수가 미국 9개, 캐나다 4개, 독일 5개인데 반해 한국은 신생 LCC까지 모두 합하면 9개다. 여기에 외항사의 한국 진출이 확대돼 국제선 여객 가운데 외항사 점유율은 30%를 상회하고 있는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 비즈니스 모델이 저비용이다 보니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서 기종을 통일하고 그 기종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인 단거리에 운항을 했다"며 "그런데 대부분 단거리 노선이 비슷한데다가 코로나19로 업황까지 어려워지자 다른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익성 제고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중장거리 노선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기종도 도입해야 한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항공운송업은 큰 비행기로 많은 사람들을 태워야 원가를 낮추고 수익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구조적으로 LCC들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원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공격적인 항공기 도입 경쟁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다른 LCC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노선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노선에 대한 수요·공급을 잘 파악해서 계획을 세우고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면 충분히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코로나19로 현금 곳간이 비어가는 가운데 신규 항공기 도입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티웨이항공의 지난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 자산 등은 731억 원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1100억 원가량 깎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여객 수요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이번 LOI 체결은 새롭게 재편될 항공업계에서 시장의 선두에 서기 위한 차별화된 영업 전략의 첫 걸음"이라며 "기존 LCC에서는 이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노선과 비즈니스 좌석 등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