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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 순서가 틀렸다
입력: 2020.12.18 00:00 / 수정: 2020.12.18 17:07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 경제 3법과 관련해 기업을 건강하게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 경제 3법과 관련해 "기업을 건강하게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정부·여당, '반(反)경제 입법' 밀어붙이기 멈추고 대안 찾아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편에 나오는 명구다. 큰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물이 깊어야 한다는 말이다. 얕은 물에 어떻게 큰 배를 띄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최근 경제계 안팎에서 기본적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 옥죄기'에 혈안이 된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 나라에서 과연 앞으로 연명할 기업이 있을까라는 우려가 앞선다.

최근 경제계 안팎에서 연일 쏟아지는 반(反)기업법을 두고 "기업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어달라"는 읍소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말 그대로 허공에 메아리다. 180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은 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입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국내 30개 경제 단체가 한목소리로 "(중대재해법은)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와 같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지만, 정부·여당은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근로자의 부상이나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 3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 원에서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일반 이용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경제계는 철저하게 '사후처벌'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성토한다. "100곳 중 99곳이 오너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의 외침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국내 30개 경제단체는 지난 1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은)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와 같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뉴시스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국내 30개 경제단체는 지난 1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은)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와 같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뉴시스

거대 여당의 거침없는 반기업법 추진 러시에 국내 기업들이 떠안은 과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개별 기준 최대 3%까지로 제한하는 '3%룰' 적용으로 당장 외국자본의 견제를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짜내야 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일부 피해자(50인 이상)의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는 내용을 담은 집단소송제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소송 대응까지 준비해야하는 처지다.

경제단체별, 기업별로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해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책을 찾아달라'는 점에서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장벽을 가까스로 넘고, 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댈 곳이 정부가 아니면 어디겠는가.

그러나 정부·여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3법은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건강하게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개정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기업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해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는 경제단체장의 거듭된 읍소에 돌아온 대통령의 답변은 '동의'가 아닌 사실상 일방적 '통보'다.

정부가 경제계의 하소연을 외면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수 년째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질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지난 10년 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우리나라 기업이 단 한 곳도 없겠는가.

전국시대 철학자의 사상과 가르침에 대한 고찰은 둘째로 치더라도 소요유 속 명구를 직역한 대로 기업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제반여건(깊은 물) 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큰 배)은 나올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계와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이해당사자들 간 깊이 있는 논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법안 처리에만 급급한다면,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도 뜬구름 잡기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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