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의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적자 폭이 매 분기 커지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에어 제공 |
통합 LCC 출범 일정 미정…업계 "최소한의 자금 지원이라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두 항공사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해당 LCC 모두 매 분기 수백억 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당장 생존 자금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미 곳간이 바닥난 항공사들이 통합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소한의 자금 지원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LCC는 별도의 법인으로 별도의 경영진이 운영할 것"이라며 "노선 스케줄 다양화,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 효율 증대 등 통합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사 시작 시점, 기업 결합 신고 시점, 통합 LCC 출범 예상 시점 등 세부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과 관련해선 일정표와 자금 마련 계획까지 모두 나온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원(One) 브랜드'로 운영한다는 기조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있기에 제3의 신규 브랜드를 만들기에는 시간과 투자비용상 적절하지 않다고 대한항공 측은 보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다른 브랜드, 즉 합병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를 활용할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마찬가지로 통합 LCC 역시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브랜드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는 등 비슷한 수순을 밟아 나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인수를 위한 자금 투입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해외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LCC 통합 역시 그때까지는 독자 운영 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빨라도 2~3년 시간이 남아 그사이에는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자회사들도 그 이후에 통합이 완료되기 때문에 그 계획은 아시아나항공, 산업은행과 협력해 짜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까지 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화 기자 |
문제는 LCC 3사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통합 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사업 호황으로 지난 2,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달리 진에어는 2, 3분기 각각 영업손실 596억 원·492억 원을,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514억 원·424억 원을 기록했다. 에어서울은 비상장회사라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적자로 추산되고 있다.
그나마 진에어는 지난달 10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완료했고 에어부산도 835억여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돈으로도 길어야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부터는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과 거리 두기 단계 상향으로 그나마 운행되던 국내선마저 손님이 끊겼다. 여객기 운항 외엔 다른 수익 구조가 극히 드문 LCC의 특성상 세계적으로 백신이 보급돼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것 외에는 딱히 타개책이 없다. 4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 순환휴직 등을 이어가며 일단 추운 겨울을 버티고만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양사 LCC 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재무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통합이 이뤄졌을 때 인력이나 기재 및 노선 효율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LCC 3곳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만 봐도 진에어가 B737, B777 등 28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A320, A321 등 32대 등으로 항공사마다 다르다. 그간 LCC들은 기종을 단일화해 운영해 왔는데 이는 조종사, 정비사 교육 및 항공기 부품 수급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통합 시엔 다양한 기종과 많은 항공기 수로 인해 구조조정 없이는 효율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가 줄면 자연스레 잉여 인력이 발생,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LCC 3사에선 최소한 자금 지원 방안이라도 나오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통합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실상 국제선 운항이 불가능한 가운데 국내선 파이를 나누고 임직원들은 유무급 휴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통합 계획이 언제 나올지 답답하다. 통합까지 버틸 수 있는 지원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