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더팩트 DB |
30일 규제 시행 전 신용대출 더 증가할 듯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지난 13일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신용대출 '막차'를 타는 이들이 폭증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로 집을 사는 게 어려워짐에 따라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이달 30일 이전까지 대출을 받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5064억 원이다. 금융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이전인 12일(129조 5053억 원)보다 1조11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증가액이 6622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발표 이후 나흘간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이례적인 규모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274건에서 2355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주말 이틀 동안 이들 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비대면 신용대출만 총 1929건, 775억 원에 달한다.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전 주말인 7~8일 대출 건수는 944건, 대출 금액은 219억 원이었다. 신용대출 규제 발표의 영향으로 일주일 새 대출건수는 약 2배, 대출 금액은 약 3.5배로 불어났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서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의하면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고 나서 1년 내 서울 같은 규제지역에서 집을 샀다면 2주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연 소득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은행권 40%, 비은행권 60%)가 적용된다. 연봉이 1억 원이면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4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만 30일 이전에 이미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가 대출을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또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미리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열어둘 경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은 신용대출의 추이를 지켜보기만 하던 소비자들도 30일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대출을 받는 수요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급등해 대출 없이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조치를 내놨다는 불만도 인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번 규제는 고소득자의 지나친 신용대출을 막기 위한 것이며 무주택자가 신용대출을 1억 원 이하만 받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고소득층이 과도한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회피하거나 갭투자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저소득층·실수요자에 대한 신용공급을 지속 독려하고, 필요하면 정책금융 확대 공급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garde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