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풍그룹이 올해 상반기 6억261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4%로 사회환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부터 영풍그룹 총수인 장형진 고문과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더팩트 DB |
영풍 총수 장형진 고문, 사회공헌 활동 찾기 어려워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역주민이 있어 영풍제련소도 존재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사회공헌 계획을 강화하고 석포면 인근 주민과 활발한 소통을 전개하겠다."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가 올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낙동강 상류 중금속 오염 원인으로 지목받아온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지역 주민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부금은 매출액의 0.0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이 연간 3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기부금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의 올해 상반기 기부금은 6억2610만 원이다. 지난 2018년 1억1789만 원에서 지난해 2억453만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부금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영풍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상북도와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민들을 위해 5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영풍이 올해 기부금을 확대했지만, 기업 규모와 비교하면 아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총 2조6061억 원이다. 기업 한 곳이 사회공헌에 지출한 평균 금액은 126억5000만 원이며, 매출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중은 평균 0.16%이다.
반면 영풍의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1조4487억 원이며 기부금은 6억2610만 원이다. 매출 대비 기부 비중은 약 0.04%로 기업 평균(0.16%)에 미치지 못한다. 영풍의 자산은 12조4450억 원(지난 5월 기준)으로 재계 2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다.
영풍그룹의 총수인 장형진 고문도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한 모습이다. 정치·경제·사회 분야 빅데이터 분석 기관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해 30대 기업집단 총수의 사회공헌 정보량을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장형진 고문의 온라인상 사회공헌 정보량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사회공헌 정보량은 96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제조업 특성상 각종 비용이 많고 영업이익이 낮아 사회공헌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다만, 올해 들어 지역사회에 기부를 늘려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했다며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석포제련소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사진은 석포제련소 전경. /더팩트 DB |
영풍그룹은 재단법인 영풍문화재단을 두고 사회환원 활동을 펼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재단의 기부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형진 고문이 영풍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영풍그룹은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비철금속 제련 사업으로 몸집을 키운 회사라는 점에서 사회공헌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는 인근 토양 오염과 낙동강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경북도는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했다며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석포제련소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영풍 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경북도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들의 재산은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 놓은 기반 위에서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본인의 성취는 아니다"라며 "그들의 재산 획득 과정에서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온실가스 배출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들의 사회 환원은 선행이면서도 사회가 받아야 할 몫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