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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이낙연표 부동산 정책, '우물고누 첫수'를 기대한다
입력: 2020.10.20 14:39 / 수정: 2020.10.20 14:39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새롬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새롬기자

철저한 자기반성과 제대로 된 현실 인식 아래 추진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삶의 기본은 의식주(衣食住)다. 입는 옷(衣), 먹는 음식(食), 사는 집(住) 순서다. 영어로는 'Food,Clothing and Shelter'라고 쓴다. 영어는 '식’이 ‘의’와 자리바꿈을 했지만 ‘주’는 그대로다. 한자문화권에서 입는 것을 우선시 하는 것은 예의ㆍ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춘추시대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관중(管仲)의 저서 '관자(管子)' 목민(牧民)편에도 "입고 먹는 것이 충족돼야 명예와 수치를 안다(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고 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합종설(合從說)의 소진((蘇秦)도 초(楚)나라를 떠나는 이유를 "밥은 옥보다 귀하고 밥 지을 땔나무는 계수나무보다 귀하다(식귀우옥 신귀우계/食貴于玉 薪貴于桂)"며 서민들의 팍팍한 삶, 경제 상황을 이야기 했다는 기록도 있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편에 나오는 얘기다.

지금까지도 '의'와 '식'이 '주'를 우선해 온 생각은 다르지 않다. 국한된 애기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의'와 '식'보다 '주'가 국민들의 삶의 기본처럼 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부동산정책의 실패 탓이라면 정말 슬픈 일이다. 실제 하늘 높은줄 모르는 집값에 이어 전세난마저 심화되면서 전세 난민마저 속출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 최고책임자마저 역시 전세 난민 신세가 되는 웃픈 형국이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난민’ 처지가 됐다. 본인도 아직 믿기 어려운 듯 현실 인식마저 아직 부족한 듯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전세 거래 실규모가 늘고 매매시장은 안정세"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데 전세계약연장청구권이 실행되고 부동산 사이트의 ‘허위매물 모니터링’이 성과를 내면서 매물이 적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이새롬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이새롬기자

그는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탓에 사는 전셋집에선 나와야 할 처지다. 보유 주택 매도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권 행사로 무산돼 난감한 처지에 빠졌는데도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전세 대란은 서민들의 전세 대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앞서 14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시장과 반대의 평가를 했다.

실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두 달 전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보다 57%나 줄었고, 전셋값은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다. 1000가구 이상 전국 아파트 1798개 대규모 단지 전수 조사에서도 72%가 전세 매물이 5건 이하였다. 아예 매물이 없는 곳도 390곳에 달했다. 전세난은 더 심각하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올라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못 내주는 ‘깡통 전세’까지 등장했다.

전셋집 하나 보겠다고 10여 명이 줄을 선 끝에 제비뽑기로 전세 계약자를 정하는 게 소설 속 애기가 아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시행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제라도 부작용을 바로잡으려면 철저한 자기 반성과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 우선이다. 실패를 자인하기 싫어서인지 몰라도 자칫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대신 생뚱맞게 규제만 강화해 주거 불안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구구절절 숫자나 사례를 읊을 필요도 없다. 본인 소유 아파트에 세종시 분양권, 서울 요지의 전셋집까지 불편 없이 살던 경제부총리가 이럴진대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말 안해도 충분히 가늠하고 남는다.

그렇게 고집스럽던 민주당이 19일 갑자기 행보가 달라진다. 정부여당의 고집스레 밀어붙인 정책이지만 이낙연 신임대표가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아온 그동안의 정부 여당 같지 않아 약간 낯설어 보인다.

서울 강남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강남에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윤정원 기자
서울 강남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강남에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윤정원 기자

이낙연 대표의 부동산 문제 진단은 매매·전세 시장이 안정세라고 밝힌 정부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는 온도 차가 확실히 난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양해진 수요를 종래의 주택보급률 개념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예전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희망·안심·책임’이라는 부동산 정책 3원칙까지 새롭게 제시했다. 집을 처음으로 또는 새로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는 ‘안심’하게 하고 집으로 큰돈을 벌려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우자는 취지다. 물론 맞는 애기다.

그는 "다양한 주거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확대방안,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과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간전문가와 함께 준비하는 당내에 미래주거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진선미 의원(국토교통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미래주거추진단은 주거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높이고 주택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먼저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전·월세부터 현장에서 면밀하게 점검하고 대응하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고누는 가장 오래된 우리의 전통놀이다. 우물고누, 네밭고누, 육밭고누, 열두밭고누 등 40여종에 이른다. 땅이나 종이 위에 말밭을 그려 놓고 말을 많이 따거나 말 길을 막는 것을 다투는 놀이로 요즘도 아동 교육용으로 꽤 인기가 있다. 여기서 유래된 ‘우물고누 첫수’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첫 수에 이기는 외통수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 규칙상 선이 처음 그 자리에 두지 않는게 룰이다. 제대로 된 좋은 방책을 의미한다.

이낙연표 부동산 대책도 우물고누의 첫수와 같아야 한다. 철저한 자기 반성 위에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표가 강조한 '희망'과 '안심' '책임'도 그 첫수가 좌우한다. 이낙연의 민주당이 국민을 위한 공당임을 국민에게 입증해 보일 절호의 기회다.

민주당의 새로운 부동산 첫수에 기대한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했으면...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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