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 완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차별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윤정원 기자 |
"주택 공급물량 늘려야…희망고문 될 수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내년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 완화가 예고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공급 요건에서 배제되는 무주택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 커졌다는 토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보다 많은 실수요 계층이 내 집 마련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 추가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1월부터는 공공·민영주택 모두 특별공급 물량의 70%는 100%(맞벌이 120%) 기준을 유지하되 나머지 30%는 소득기준이 완화된다. 공공주택의 경우 기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는 120%) 이하가 특별공급 대상이지만, 내년부터는 30%에 해당하는 특별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을 130%(맞벌이는 140%)로 높인다.
민영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중 30%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40%(맞벌이는 160%) 이하일 경우 청약 신청 대상이 된다. 기존에는 특별공급 물량 중 25%의 월평균 소득조건이 외벌이 120%, 맞벌이 130%까지였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조건 장벽으로 애당초 청약 자격조차 쥐지 못 했던 이들은 반색하고 있다. 그간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 자격을 획득하는 것부터 큰 난관이었던 탓이다. 신혼부부들은 자식을 낳거나 집을 장만하기 전까지는 맞벌이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살펴보면 2인가구 기준 △100% 437만9809원 △120% 525만5771원 △130% 569만3752원 등이다. 현재 맞벌이 중인 상태에서 공공주택 특별공급에 도전하려면 둘의 월급이 도합 525만5771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득기준이 맞벌이 기준 공공주택 140%(613만1733원), 민영주택 160%(700만7694원)로 높아짐에 따라 장벽은 낮아지게 됐다.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반 모 씨(31)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자가 확대되면 경쟁률이야 더욱 높아지겠지만 일단 없던 신청자격이 생긴다는 데서 희망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무주택 신혼가구의 약 92%가 특공 청약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 부총리는 "기존 신혼부부 자격대상가구 대비 공공분양은 8만1000가구, 민영은 6만3000가구에 특공 기회가 신규 부여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한편에서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 완화에 못 미더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정부의 소득기준 완화 발표 이후 관련 기사 댓글에는 "저 돈도 못 벌면서 신혼부부도 아닌 무주택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 아닌가?", "결혼하고 10~20년 후에도 집 없는 사람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40대, 50대도 무주택자가 많은데 형평성에 안 맞다"는 등 비난 여론이 상당하다.
전문가들 또한 주택 공급물량 자체를 늘린 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계층에 청약 기회만 열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청약 경쟁 심화, 역차별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물주택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총 공급 물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다른 계층 실수요자를 소외시키는 것"이라며 "소득 기준 완화는 일정 돈이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로또 아파트' 당첨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득요건에서 소외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역차별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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