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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유 中 복귀'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오너 리스크' 꼬리표 지울까
입력: 2020.10.14 06:00 / 수정: 2020.10.14 06:00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정수 전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이 법무부에 취업 승인 허가를 받아 총괄사장으로 복귀했다. /삼양식품 제공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정수 전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이 법무부에 취업 승인 허가를 받아 총괄사장으로 복귀했다.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 "법무부에서 결정, 이른 복귀 아냐"

[더팩트|문수연 기자]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정수 전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이 총괄사장으로 복귀했다.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김 총괄사장이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경영에 복귀를 감행한 것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때 이른 복귀'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비등기임원 신분으로 업무에 복귀한 김 총괄사장은 오는 19일 예정된 삼양식품 밀양 제3공장 착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삼양식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등기임원 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괄사장은 남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함께 지난 2018년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 전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으며, 김 총괄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현행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법무부의 별도 취업승인이 없으면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삼양식품 측이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서 김 총괄사장의 복귀가 가능하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해 1월 25일 회삿돈 50억 원 횡령한 혐의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에 대해 선고 공판을 열었다. 당시 전 회장은 법정구속됐고, 그의 아내 김정수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전 회장은 법정구속을 예상이라도 한 듯 종이백을 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더팩트 DB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해 1월 25일 회삿돈 50억 원 횡령한 혐의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에 대해 선고 공판을 열었다. 당시 전 회장은 법정구속됐고, 그의 아내 김정수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전 회장은 법정구속을 예상이라도 한 듯 종이백을 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더팩트 DB

삼양식품 측은 김 총괄사장의 취업 승인 신청 배경과 관련해 "삼양식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실적이 호조였다. 여기에는 김정수 대표의 역할이 컸다. '불닭 시리즈' 개발 주역이기도 하고 수출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닭 시리즈'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특히 수출이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2분기 실적을 이끌었고, 한국 라면 수출에서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상반기 51%로 증가했다.

삼양식품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삼양식품은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며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해외 현지 입점 채널 다양화, 온라인 광고 등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도 오는 19일 밀양 제3공장 착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 중 경영에 복귀하면서 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반발도 거세다. 업계 일각에서는 도덕성 논란을 쉽게 지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논평을 통해 "회삿돈을 빼돌려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총수일가에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피해를 끼친 회사에 경영 복귀하도록 허용한 법무부의 결정에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일정 기간 취업제한을 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를 매개로 한 횡령⋅배임 등 범죄의 당사자가 범죄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경우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취업제한의 당사자가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회사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수일가라 하더라도 일정한 냉각 기간을 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자숙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른 복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절차대로 법무부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냈고 법무부에서 결정을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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