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지난 3월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00여 개를 인수하면서 20년 만에 국내 주유소시장 2위로 올라선 가운데 주유소 매출 증대는 물론 관련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팩트 DB |
내수 판매 안정화·신사업 확대 등 효과 기대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주유소를 인수한지 6개월 가량 지난 가운데 인수 효과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유 수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수 판매를 통한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고,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신사업인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5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및 자영주유소 302개의 간판을 현대오일뱅크로 바꾸고 주유소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를 통해 국내 주유소 갯수를 2539개로 늘리면서 SK에너지(3402개)에 이은 2번째로 많은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인수 효과에 대해 인수한 주유소 중 60%가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우선 내수 시장 판매고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출 제한으로 재고화되고 있는 정유 제품을 내수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등 국내 정유 사업의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분기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을 내기도 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주유나 세차는 물론,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개인 창고로 쓰거나 물류업체의 배송 거점, 전기차 충전소 등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모델도 이번 주유소 인수를 통해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에 열세였던 수도권에서 주유소를 대량으로 늘렸기 때문에 수도권 내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자리한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전 SK재동주유소)의 모습. 재동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3월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02개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주유소 간판 교체 및 도색 작업을 진행한 곳이다. /이한림 기자 |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집 근처 주유소의 일정 공간을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대여할 수 있는 셀프 스토리지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물류 및 대체연료 기반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또 쿠팡과 협업해 주유소 22곳을 로켓배송 거점으로 쓰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그리고 있다. 부지를 제공한 주유소는 사업 공간을 제공하고 임대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는 형태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3조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프리미엄 세차장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프리미엄 세차장 시장은 기존 기계식 세차가 아닌 손 세차와 출장 세차 등 고급화된 분야로, 수입차 등 고가의 차들이 늘고 있고 인수한 주유소의 상당수가 도심 내 요지에 위치해 있어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향후 협력업체 풀을 확대해 시장 규모가 36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셀프 세차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도 내놓고 있다. 세차 외에도 공유 주차나 간단한 정비 등 다양한 차량관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스타트업인 한컴모빌리티와 협력해 주유소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공유 주차 서비스도 시범 운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인수를 통한 주유소 수의 증가는 코로나19 시국 속 정유 제품 수출 제한으로 내수 판매에 주력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더욱 안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플랫폼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수도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직영주유소가 많으면 각종 신사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자영주유소의 새로운 사업모델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세차 사업이나 대체 에너지에 기반한 사업 등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유소 관련 신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