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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정문국 vs 성대규, 신한 통합보험사 수장 자리 두고 '격돌'
입력: 2020.09.14 06:00 / 수정: 2020.09.14 06:00
정문국 오렌이라이프 사장(왼족)과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내년 7월 출범하는 신한금융 통합보험사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더팩트DB
정문국 오렌이라이프 사장(왼족)과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내년 7월 출범하는 신한금융 통합보험사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더팩트DB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와 내년 7월 합병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한금융그룹 통합 보험사 수장 자리를 두고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격돌한다.

앞서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는 자사 계열사 신한생명과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생명을 내년 7월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이 공식화되자 성 사장과 정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4위(총자산 267조5000억 원)의 생명보험사(생보사)가 탄생하는 만큼 수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향후 신한금융에서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 내에서는 두 사람이 각자 대표를 맡아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완전한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단일 대표 체제에 힘이 실렸다. 두 회사를 일원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정통한 성대규 사장과 정문국 사장 중 1인이 CEO로 낙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관리형 지주회사 틀을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해 각 계열사 합(合)이 아닌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한, 통합 이후 조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돼 통합 CEO가 올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경영성과와 조용병 회장의 신임도 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성대규 사장과 정문국 사장은 조 회장이 참석하는 통합 보험사 출범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두 사람이 이 자리에서 내놓는 전략과 경영철학 등을 고려해 통합 CEO 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정문국, 한 차례 신한생명 사장으로 낙점…10년 이상 보험사 이끈 베테랑

조용병 회장의 신임도를 따졌을 때는 정문국 사장이 한층 더 두텁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지난해 초 신한금융은 정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지목했다.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 사장이 직접 신한생명 사장직을 고사했다.

여기에 신한생명 노조까지 정문국 사장 내정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무산됐다. 당시 노조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정 사장이 내정되자 즉각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정 사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그동안 거쳐 온 회사들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 정 사장이 2008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사장 재직 당시 추진한 구조조정으로 234일간 노조 파업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회사는 내부 추천을 통해 성대규 사장을 선임했다.

정문국 사장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보험사 CEO로 활동한 전문 경영인이다. 1986년 제일생명으로 입사한 후 1999년 허드슨인터내셔날어드바이저리 대표를 거쳐 2001년 AIG생명 상무로 근무했다. 2007년 알리안츠생명, 2013년 ACE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등 다양한 생보사들을 두루 거친 만큼 보험업계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구조조정 전문가로써 혁신성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8년 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했으며 현재 신한생명에도 해당 방식이 적용됐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말한다. 주로 글로벌 IT 기업에서 널리 쓰였으나 정문국 사장이 오렌지라이프에 도입하면서 보수적으로 알려진 금융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비즈니스 상황 변화에 대응해 빠르게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만큼 오렌지라이프의 조직문화가 신한생명에 스며드는 모양새다.

2016년에는 고객관리 기반의 새로운 영업활동시스템인 '아이탐'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 시스템은 고객관리와 영업활동을 하나로 연결해 소비자 니즈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5건의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성대규 사장은 지난해 5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공시되지 않았다. 반면, 정문국 사장은 보유 중이던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210억36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했다. /더팩트 DB
성대규 사장은 지난해 5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공시되지 않았다. 반면, 정문국 사장은 보유 중이던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210억36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했다. /더팩트 DB

◆ 관료출신 보험통 성대규, 지난해 연봉은 정 사장의 2% 수준

성대규 사장 역시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판을 얻고 있다.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보험개발원 등을 두루 거쳤다. 공직에 머문 30여 년 중 보험 업무만 22년 넘게 수행해 온 보험통이다.

관료 출신임에도 혁신적인 성향으로 사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자회사형 GA(법인대리점)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디지로그(Digilog) 시대에 맞는 온·오프라인 영업모델, 인슈어테크 기반의 영업환경 등으로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5% 증가한 916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합격점을 받았다. 1분기 수입보험료만 놓고 봤을 때는 오렌지라이프를 앞섰다. 신한생명 수입보험료는 1조4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으나 오렌지라이프는 9067억 원으로 16.7% 급감했다.

연봉 대비 성대규 사장의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5억 원 미만으로 금융감독원에 공시되지 않았다. 반면, 정문국 사장은 보유 중이던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지난해 210억3600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은 바 있다. 스톡옵션을 제외하고도 급여와 성과급으로 16억 원을 받았다. 성 사장 몸값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정문국 사장은 11억52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성대규 사장의 연봉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성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연봉(보수)이 5억 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이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보험사 전문 CEO로서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금융사 경영 경험은 짧지만 그 기간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성 사장 역시 강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또한 "(조 회장이) 두 사람의 경쟁을 부추겨 성과를 낼 뿐 아니라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저울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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