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최대 빅딜로 꼽혔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슈가 10개월여 동안 진통만 거듭한 채 결국 무산됐다. /이선화 기자 |
채권단 '플랜B' 가동…금호-HDC현산 간 치열한 법적공방 예고
[더팩트|한예주 기자] 항공업계 최대 '빅딜'로 꼽혔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노딜'로 결론 났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10개월여를 끌어온 협상이 불발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사업 재편이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계약금 2500억 원을 둘러싼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법적 공방도 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 10개월 만에 계약 불발…채권단 "안타깝다"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최대현 부행장 주재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사실을 밝혔다.
최대현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금호산업 측에서 HDC현산에 계약 해제를 통보된 것이 매각 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로써 HDC현산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 여정이 10개월 만에 결국 불발로 끝났다.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 원에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 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급이 급증하자 HDC현산은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채권단이 1조 원 인수 대금 인하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으나 HDC현산이 '12주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노딜로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이로써 자회사 매각, 구조조정 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선화 기자 |
◆ 6년 만에 채권단 품으로…자회사매각·구조조정 예고
인수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산업은행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적이 있다.
채권단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5000억 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인수했다. 채권단은 올해도 3000억 원의 영구채를 매입했다. 이를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6.9%로 금호산업(30.7%)을 앞선다.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플랜B'에 돌입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이어 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진 교체부터 인력 감축, 사업 재편 등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은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통매각 원칙에서 물러나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기안기금의 지원 조건에는 계열사 지원 금지도 포함돼 있다. 지원금이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다. 따라서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분리매각이 유력하다.
최대현 부행장은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을 검토할 것이다.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정국을 감안할 때 대규모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조직 개편을 하더라도 2조4000억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당장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 기안기금을 지원받게 될 경우 6개월 간 근로자의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불발로 금호산업과 HDC현산 간의 계약금 반환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더팩트 DB |
◆ "계약금 2500억 원 되찾자"…금호산업-HDC현산, 소송 불가피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로 금호산업과 HDC현산 간의 계약금 반환 소송전도 예고돼 있다.
HDC현산 측은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 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낸 바 있다. HDC현산 측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HDC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급증 등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도 귀책사유로 지적할 전망이다.
최 부행장은 계약 무산의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8월 26일에 마지막으로 경영자 간 면담이 진행됐고, 채권단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고통) 분담안을 제시하는 등 노력했지만, HDC현산은 기존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호산업, HDC현산 모두 서로 귀책사유를 주장해서 계약금 반환소송 등 여러 가지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도 고민하고 있다"며 "소송은 법원에서 다뤄지겠지만 재매각 등 여러 가지 진행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을 둘러싼 분쟁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08년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인수를 추진하며 내걸었던 3000억 원대의 이행보증금 중 1260억여 원을 돌려받았던 소송전은 9년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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