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시세보다 1억 원 가까이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강남 3구 이어 양천·마포구 등에서도 급매물 증가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에서 강남권을 필두로 시세 대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와 전세보증금 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대폭 증가하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법인 매물도 상당수 쏟아지고 있다.
◆ 서울 아파트 급매 3965건…열흘 새 10% 이상 증가
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온라인 부동산 포털에 '급매'로 올린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오전 기준 3965건(중복매물 제외)으로, 열흘 전(3539건)보다 12.0%(426건)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비중이 28.9%(1144건)로 높다. 양천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급매물이 출현 중이다. 양천구의 경우 최근 열흘 사이 급매물로 등록된 아파트 매물이 119건에서 176건으로 47.9%(57건) 늘었다. 마포구는 같은 기간 99건에서 142건으로 43.4%, 영등포구는 196건에서 236건으로 20.4% 증가했다.
아파트 단지로 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 급매물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 단지는 지난달 31일 급매로 올라온 매물이 11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3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대문구 'DMC 파크뷰자이1단지'(54→74건), 송파구 '송파헬리오시티'(34→50건), 양천구 '목동신시가지4단지'(0→15건), 강동구 '선사현대'(23→37건) 등의 순으로 급매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전세보증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입자가 있는 매물을 팔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 급매물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생겼다. 전세보증금을 낀 주택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매수 희망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서울내 법인 매도 물량은 5월 136가구, 6월 176가구, 7월 306가구 등이다. /더팩트 DB |
◆ 내년부터 종부세‧법인세 폭탄…분주한 법인 매물
법인의 급매물도 늘고 있다. 정부의 7·10부동산 대책으로 내년부터 주택을 가진 법인이 내야 하는 세금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법인이 보유하던 아파트 매물을 던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법인은 5월 4935가구, 6월 6193가구, 7월 8278가구의 아파트를 매도했다. 서울에서는 5월 136가구, 6월 176가구, 7월 306가구로 매도량이 늘었다.
내년 6월부터 법인 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6억 원이 적용되지 않는다. 얼마짜리든 주택을 가진 법인은 모두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세부담 상한도 없다. 종부세율도 개인보다 높게 적용된다. 개인의 경우 주택 가액이 높을수록 종부세율이 올라가는 구조지만, 법인 주택은 주택 가액과 관계없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법인 주택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의 경우 3.0%,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의 경우 6.0%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양도세 성격의 법인세도 크게 오른다. 현재는 법인이 부동산을 처분하면 양도차익에 기본세율 10∼25%를 적용하고 주택 처분 때 추가로 10%의 세율을 더해 세금을 매긴다. 최대 35%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정부는 법인 주택 처분 때 추가로 적용하는 세율을 20%로 올려 법인 주택 양도차익에 최대 45%의 세금을 매기기록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내년부터 종부세 등 각종 세금이 늘어나게 돼 연말까지 법인 주택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코로나에 따른 거시경제 불안과 가파르게 오른 집값 부담감, 정부 규제가 맞물려 다주택자와 법인 급매물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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