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 판매를 금지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시행되는 가운데 포털사이트에서 무(저)해지 절판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네이버 갈무리 |
오는 10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시행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금 아니면 무해지환급형 보험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무해지 보험 탑승하세요."
오는 10월부터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 판매를 금지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시행되는 가운데 이 틈을 노린 절판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은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둔갑해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상품인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미스터리쇼핑 점검 등을 통해 절판마케팅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중도 해지 시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만 받는 상품이다. 대신 일반 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20∼30% 더 저렴하고, 납입기간을 채우면 표준형보다 약 40% 이상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즉, 만기를 채운 보험 가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중도 해지할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보험업계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기준 무(저)해지 보험 신계약건수는 85만 건이었으나 2018년 176만 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보험료가 저렴하고 만기 시 환급금이 높은 점을 이용해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저축·연금·투자 상품으로 둔갑 시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의 계약유지율(2017년 기준)이 54.2%로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만큼 무(저)해지 보험을 만기 시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낮고, 연금이나 저축 목적으로 가입한 경우 손해 보는 일이 많아 논란이 됐다.
보험 소비자들의 민원·분쟁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환급률을 표준형 보험과 같은 수준으로 상품 구조를 변경하도록 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오는 10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와 같은 무(저)해지 보험 상품은 판매가 중단된다. 농협생명은 1일 무(저)해지 환금 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은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과 보험설계사들이 마지막 기회라며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과도한 절판마케팅은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험 가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환급률만 강조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광고가 많아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무(저)해지 보험을 두고 적금보다 나은 보험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절판마케팅 자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험사에 보냈다. 보험사로부터 주간 단위 판매실적을 보고 받고 절판마케팅이 의심되는 설계사나 보험사에 대해서는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현장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 보험은 중간에 해약하지 않고 끝까지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지인의 권유 등에 못 이겨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하는 소비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연금이나 저축이 목적이라면 무(저)해지 보험에 가입하기보다 해당 목적에 특화된 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