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 매각을 둘러싸고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팩트DB |
JC파트너스, KDB생명 신임 대표로 신승현 전 데일리금융 대표 내정
[더팩트│황원영 기자] 임기 만료까지 보름 남짓 남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숙원사업인 KDB생명 매각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인 JC파트너스가 내정한 인사가 외부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회장이 KDB생명 매각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취임 후 금호타이어, 성동해양조선, 한국GM,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쌍용자동차 회생, 두산그룹 경영정상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KDB생명 매각도 과제 중 하나다. 산은은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떠안았다.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 원 규모의 PEF를 만들어 인수했으며,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국민연금과 함께 투입한 금액을 더하면 1조 원 정도에 이른다.
산은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세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저금리 기조와 부실 가능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매각은 네 번째 시도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C파트너스는 지난 6월 KDB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기관투자자(LP)를 모집하고 있다.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최근 JC파트너스가 신승현 전 데일리금융 대표를 KDB생명 신임 각자 대표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신 전 대표는 KDB생명 인수가 마무리된 후 대외 업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JC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계약이 이뤄지기 전에 인사를 단행, 해당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이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어떻게든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동걸 회장은 2018년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를 KDB생명 사장으로 영입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공들였다. KDB생명은 지난해 34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황원영 기자 |
실제 산은은 네 번째 KDB생명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매각가도 대폭 낮췄다. JC파트너스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각각 1000억 원을 투자받는 등 총 55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KDB생명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생명 주식(약 8800만주)을 2000억 원에 사들이고, KDB생명의 신규 발행 주식 3500억 원을 추가 매입해 자본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KDB생명 자본 확충에 들어가는 유상증자 대금 3500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영권 매각 가격은 2000억 원이다. 당초 적정 매각가로 8000억 원까지 고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헐값 수준이다. 산은이 저자세로 매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이 KDB생명 매각을 임기 내 중점 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도 저자세 매각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 회장은 KDB생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산업은행이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며 임기 내 매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이 회장은 2018년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를 KDB생명 사장으로 영입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공들였다. KDB생명은 지난해 34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내정한 차기 대표이사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통상적인 과정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등 이 회장이 당장 풀어야 할 현안 과제가 막중한만큼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온 KDB생명 매각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0일까지다. 현재까지 산은 차기 회장에 대한 별다른 하마평이 없다. 일부 전 여당 의원과 고위 관료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크게 힘을 받진 못했다. 이 회장이 구조조정 문제에 전문성이 있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아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직 인사 추천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산은 회장의 연임 사례가 25년간 없었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1950년대와 1970년대 각각 한차례 연임 사례가 있었고, 1990∼1994년 이형구 총재가 연임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25년째 단임제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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