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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발품] 서울 원룸 평균 50만 원…강남 삼성동도 가능할까
입력: 2020.08.22 06:00 / 수정: 2020.08.22 06:00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월세 50만 원 수준의 집을 찾아 나섰다. /윤정원 기자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월세 50만 원 수준의 집을 찾아 나섰다. /윤정원 기자

'경제(經濟)'라는 말은 때로는 너무 멀게, 때로는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알고 보면 경제는 일상 속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활동들의 집합입니다. 우리가 마주치는 평범한 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야말로 가장 생생한 경제의 민낯일 겁니다. <더팩트> 경제부에서는 직접 체험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경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부지런히 발품 팔아 겪은 현장을 고스란히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반지하가 대부분…주차‧애완동물 절대 불가

[더팩트|윤정원 기자] '캥거루족'이 전 세계적 문제라던데, 사실 저는 대한민국 캥거루족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되더군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난 또한 더욱 극심해지는 가운데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기란 절대 녹록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취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저축'이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느껴질 법도 하겠더군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시대에서 '월세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새 임대차법에 따라 전세 계약 기간은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은 2.5%로 제한됐습니다. 세입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인데,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오히려 세입자들은 울상입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서울 원룸 평균 월세가 '51만 원'이라는 통계를 봤습니다.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경우 보증금이 1000만 원이라는 전제하에 매달 51만 원을 내면 된다더군요. 문득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도 51만 원 선의 집을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비싸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고급진 삼성동이지만, 이곳에도 평균 월세 수준의 공급과 수요 물량은 있으리란 생각에서였습니다. 본격 월세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방 출신 사회 초년생의 입장이 되어 지난 20일 하루 종일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C공인중개업체 창문에 원룸 월세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윤정원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C공인중개업체 창문에 원룸 월세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윤정원 기자

◆ "합동단속 기간" 문 잠근 부동산 중개업소들

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과 2호선 삼성역 인근에는 부동산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들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거래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이 열려 있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드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안 열었나 싶었으나, 오전 10시가 넘어도 문이 잠겨있는 곳들이 상당해 의아했습니다.

잠겨있는 D공인중개사무소 문고리를 흔들다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가 문을 빼꼼 열고 저한테 손짓을 하더라고요.

"왜 문을 닫고 계셨느냐" 물었더니 공인중개사 대표님으로부터 "단속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새 부동산 중개업소 합동단속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오면 계약서 열람을 요구하고 세밀한 사안들까지 사사건건 걸고넘어지기 때문에 일단 쥐 죽은 듯 숨어있는 거라더군요. 다른 중개업소들도 사전에 전화를 하고 가지 않으면 문을 안 열어줄 거라는 말도 보태시고요. "더운 날씨도 그렇고, 집 알아보기 어려운 날 골랐다"고 하시더군요.

◆ 7.5평 2층 집 보증금 1000만 원·월세 50만 원

D공인중개업체에서는 다른 날 다시 찾아와 주면 좋겠다고 말하며 주변 공인중개업체를 알려줬습니다. 소개를 받고 찾아간 K중개업체에 들어서며 "월세 50만 원 선에서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중개사무소 대표님께서는 세 곳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주차와 애완동물은 당연히 불가했고요. 주차 가능한 곳은 기본 7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세 곳 모두 가스레인지는 있지만 세탁기와 냉장고 등은 개인 물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집들이 다 가깝다며 곧장 안내를 해주시겠다기에 중개사님을 쫄래쫄래 쫓아갔습니다.

첫 번째 집은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의 2층 집이었습니다. 50만 원짜리 지상층은 엄청 귀한 매물이라며 '강력 추천'하시더라고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50만 원이었고, 월세에 관리비는 포함돼 있었습니다. 바로 위층에 건물주가 살고 계셔서 요구사항 등을 이야기하기 편리하다고도 하셨고요. 실제 집을 보러 갔을 때도 건물주인 할머니가 직접 내려오셔서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실평수는 6평 정도인데 발코니가 있더군요. 발코니 쪽까지 합치면 7.5평 정도 나올 것 같았습니다. '프로 자취러' 지인들에 의하면 발코니 유무 여부에 따라 삶의 질이 많이 좌우된다던데. 실제도 현재 임차인의 세탁물이 발코니 빨래 건조대에 널어져 있었습니다. 방이 습할 일은 없겠더라고요. 채광이나 통풍은 좋았지만 룸 컨디션은 영 아니었습니다. 1995년에 준공된 건물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는 상태인데 집 안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해 눈살이 다소 찌푸려졌습니다. 건물주 할머니께서 입주 청소를 하면 괜찮을 거라고는 하셨는데 쉽게 사라질 쩐내는 아닌 듯했습니다. 아직 임차인이 방을 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생활을 고려, 첫 번째 집의 경우 내부 환경은 눈에만 담아 오고, 사진은 아쉽지만 찍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들른 반지하 주택의 경우 집안 곳곳에 녹슨 자국이 선명했다. /윤정원 기자
두 번째로 들른 반지하 주택의 경우 집안 곳곳에 녹슨 자국이 선명했다. /윤정원 기자

◆ '환기 힘든 반지하'…6~8평 보증금 500만 원·월세 42만~55만 원

두 번째 집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2만 원인 6평짜리 반지하였습니다. 관리비는 따로 없었고요. 이사를 준비 중이라 그런지 이곳저곳에 짐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이곳의 룸 컨디션은 첫 번째 집보다 더 별로였습니다. 화장실도, 주방도 지나치게 더러웠고 집안에 녹슨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이전 집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재떨이가 눈에 띄더군요. 지하라 가뜩이나 환기가 어려운데 담배 냄새까지 묵혀져 있었습니다. 창문이 너무 작아서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첫 번째 집이 괜찮은 거였구나'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 집에 들렀을 때 반지하에 대한 반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이곳은 아예 벽지가 곰팡이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동행한 공인중개사 대표님도 조금 멋쩍어하시더라고요. "이번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렇다. 반지하는 어쩔 수 없다"시며 "도배는 새로 해줄 거니 크게 개의치 말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방 창문이 도로변으로 나 있어서 여자가 살기에는 부적합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바깥에서 방이 너무 훤히 들여다보이더라고요.

세 번째로 방문한 삼성동 소재 반지하 주택의 경우 벽면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 /윤정원 기자
세 번째로 방문한 삼성동 소재 반지하 주택의 경우 벽면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 /윤정원 기자

대신 거실 겸 주방과 방이 분리돼있는 곳으로, 본 중에는 평수가 가장 컸습니다. 공급면적 11평, 전용면적 8평이더군요. 월세만 따졌을 때는 제일 비쌌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에 55만 원을 부르시더라고요. 대표님은 집주인하고 잘 협의해서 월세를 53만 원까지는 낮춰보겠다고 말씀하셨고요. 주방 싱크대 위에 전기요금수납통지서가 놓여 있길래 슬쩍 봤는데 7월분 전기세는 1만 원 수준이더군요. 물론 개인별 사용량 차이는 있겠죠.

인근 G공인중개업체와 C공인중개업체에서도 월세 50만 원 수준의 방을 보여달라고 하자 제가 앞서 들렀던 곳들을 언급했습니다. 이전 공인중개업체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지상층은 50만 원 선에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빨리 계약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하셨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체들의 경우 매물 리스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숨은 진주'는 안 나온다고 보면 되겠더군요. 50만 원 선에서는 첫 번째, 발코니가 딸린 집이 최선인 게 분명했습니다.

세 번째로 방문했던 집은 거실과 방이 분리돼 있었다. 평형 또한 본 중에 가장 컸다. 하지만 창문이 도로 쪽으로 뚫려 있어 바깥에서 집안이 훤히 보였다. /윤정원 기자
세 번째로 방문했던 집은 거실과 방이 분리돼 있었다. 평형 또한 본 중에 가장 컸다. 하지만 창문이 도로 쪽으로 뚫려 있어 바깥에서 집안이 훤히 보였다. /윤정원 기자

월세 51만 원은 서울 원룸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지역별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강남구에서도 삼성동 소재 집을 51만 원 기준으로 찾으니 당최 만족스러운 집을 구할 수는 없더군요. 오늘 찾은 집들은 보증금 500만~1000만 원에 월 50만 원 선입니다. 이곳들 또한 분명 싼 집은 아닙니다. 룸 컨디션은 매우 아쉬웠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회사 출근이 용이한 강남이라는 점이 월세에 녹아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삼성동 일대에는 고시원에 살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상당수 있다고 하더군요. 근방 고시원의 경우 무보증금에 월세 37만 원~58만 원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창문 유무, 화장실 유무 등에 따라 가격이 많이 갈립니다. 대개 매트리스와 책상이 어렵게 들어가는 1평정도 크기입니다.

삼성동에서 조금 더 나은 환경의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월세를 적어도 70만 원 정도까지는 올려야 할 듯합니다. 월세 외 전기요금, 가스비, 수도세와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구매 비용까지 고려하면 매달 나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겠더군요. 괜찮은 집이 눈에 띄면 실제로 이사할 생각도 조금 있었는데 바로 포기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생각 중인 직장인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강남에 살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집니다. 시집가기 전까지는 집에 잘 붙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네요.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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