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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수도권 13만호 공급책이 '성공'하려면
입력: 2020.08.04 15:22 / 수정: 2020.08.07 17:54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이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이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전문가들"집값 안정화에 도움" 평가...정치권의 국민을 위한 행보 절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구한말 양주(楊州)에 사는 이중원은 1896년 동심가(同心歌)라는 한편의 시를 그해 5월 26일 창간한 지 한 달이 지난 독립신문에 기고한다. 지금도 대표적 개화가사라고 평가받는 시다. "잠을 깨세, 잠을 깨세, 사천 년이 꿈속이라"라고 시작되는 시는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어리석은 탁상공론과 상호비방만 일삼는 이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시는 "민중을 하나로 묶는 ‘합심협력’이라는 그물로 문명 개화라는 ‘고기’를 잡아보자"며 외친다. 변화의 시대를 맞아 힘을 합쳐 뭔가를 이뤄보자는 것이다, 그 전제로 개화, 즉 개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이해는 현실감각이다. 변화를 통한 발전과 성장을 희구하려면 변화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협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과는 어땠는가. 당시 지도층은 수구와 개화라는 극한 대립의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개화와 개혁에 실패하고 식민지배라는 참담함에 봉착한다. 역사가 그 과정을 증명한다. 120여년이 지난 후 이 시가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 지금도 세상은 어지럽다. 나라는 어렵고 국민은 힘든데도 지도층은 매사가 첨예한 진영 논리로 대립한다.

특히 이어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여야의 행태는 기시감(데자뷔)마저 들게 한다. 여당이 강압적으로 몰아부치면 야당은 더 큰 반발로 응수한다. 물론 정당 간의 생각의 차이가 빚어낸 정책적 또는 이념적 대립이라는 느낌이나 정부 정책의 부실함에 대한 것만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일방통행에 대한 반작용’, 이른바 ‘반대를 위한 반대’의 결과라는 슬픈 생각이 든다. 일부 국민들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정당 편에 기대서 편을 들고 있는 느낌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의 숲이라는 큰 틀에서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다. 숲 속의 나무 한 그루마다 한쪽은 시비를 걸고 한 쪽은 대응 하는 형국이다.

특히 임대차 3법에 대한 여야의 '아무말 대잔치'는 정점을 찍는다. 일단 딴죽을 걸고 보는 행태로 진행된다. 일부 정치인은 ‘일단 튀고 보자'식 행태도 앞다퉈 보여주려는 안간힘이다. 안쓰럽기 짝이 없다.

최근까지 정부의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은 다소 정부 여당의 실책 쪽에 무게가 실리는 건 사실이다. 덕분에 야당은 지지율 제고 등에서 노력 없이 덕을 봤다. 딴죽만 생각하는 쪽으로 정부 여당의 꼬투리 잡기에만 열중한다는 느낌이다. 제1야당의 자세는 아니다. 그런 정당치고 정권을 잡은 정당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黃喜)는 집안 여종 둘이서 서로 옳다고 싸우는 것을 중재하며 둘 다 옳다고 판단을 내렸다. 부인이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핀잔을 주자 "그대 또한 옳소"라고 했단다. 별호가 삼가재상(三可宰相)인 이유도 여기서 유래한다. 이면을 보면 다른 의견을 가진 쪽의 생각도 충분히 들어주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지녔기에 명재상으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조선 중기 천재 시인이자 문신이었던 임제(林悌)는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의 중간에 있다(진정지견 고재어시비지중/眞正之見 固在於是非之中)’고 했다.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데서 모든 시비는 생긴다. 상대가 옳다는 걸 인정 하지않아 세상은 어지럽다고 했다. 참되고 바르다는 진정(眞正)은 어떤걸까. 바른 길이 칼로 무 베듯 명쾌 하면 좋겠지만 실제는 간단치 않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지금처럼 다양성이 기본이 된 사회에서는 과거의 표준화되고 획일적인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차이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갈등도 이해하려는 공존의 논리를 생각해야 한다. 논의를 통해 사회적 방향성을 도출하고, 공정한 규칙에 의해 일치를 이룰 때 많은 지지와 공감도 따라올 것이다.

정부는 4일 수도권 내 13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시장에 13만가구라는 강력한 공급신호를 줘 어느 정도 집값안정화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적 임대차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된 세입자들에게 주거안전망이 될 공공임대주택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책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입장에 따라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치와 의견이 다르다는 건 민주주의 입장에서 지극히 자연스럽다. 다르다는 것을 상호 이해하고 해결해 가면서 얻어지는 사회의 긍정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전체를 보지 않고 미시적으로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거나 힐난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분열은 언제든 있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며 소통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게 탈이다. 분열을 이겨내는 협력은 서로 같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여야는 서로 다름을 알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대 현안인 부동산 가격 안정 문제도 따라서 풀리리라 믿는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시도를 해보기는 했는가? 나쁜 부분이나 요소들을 깨끗이 없애는 것이 척결(剔抉)이다. 뼈바를 척(剔)에 도려낼 결(抉)이니 꼭 들어맞다. 정치권은 심심하면 새 각오로 임한다며 같은 의미인 육참골단(肉斬骨斷)을 남발한다. 이번을 계기로 한번 제대로 서로 힘을 모아보길 바란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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