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현대차에 이어 GS칼텍스와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업에 나서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
현대자동차 이어 GS칼텍스와 '맞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LG화학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감한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로 올라선 탄력으로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와 손잡고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9일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5월 누적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25.5%의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올해 초 테슬라 모델3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등의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인게 시장 점유율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23.9% 감소한 32.5GHw에 그쳤으나 이중 LG화학이 7.8GHw을 가져가면서 그간 펼쳐온 투자와 영업활동이 빛을 바라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이에 그치지 않고 투자의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LG화학의 올해 시설 투자 비용 6조 원 중 절반인 3조 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입되는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전기차 관련 업종과 손을 잡아 자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배터리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GS칼텍스, 시그넷이브이, 소프트베리, 케이에스티 모빌리티, 그린카 등과 함께 '충전 환경 개선 및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주유소 공간 인프라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등 전기차 관련 업종을 새 먹거리로 보고 비정유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GS칼텍스와 협업이 눈에 띈다. LG화학은 GS칼텍스와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내년에 국내 서비스 사업을 런칭하고 2022년부터 해외 충전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에 따르면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는 전기차(그린카, 케이에스티 모빌리티)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는 동안 주행 및 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LG화학의 빅데이터 분석 및 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위험성을 충전기(시그넷이브이)와 운전자의 휴대폰(소프트베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투자 행보는 LG그룹의 강력한 배터리 사업 성공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G그룹·현대차그룹 제공 |
또한 국내 완성차업계 1위 업체 현대자동차와 협업도 관심을 모은다. LG화학은 2022년 양산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배터리 공급사로 들어가면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자평이다.
이를 위해 구광모 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비롯한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지난달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결의'를 맺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전기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LG화학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차례로 만나며 LG화학의 국내 배터리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와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LG화학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술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달 고려대학교와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고려대학교에 '고려대-LG화학 차세대 배터리 소재 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산학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높히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1만7000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 간 협업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제품 경쟁력 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