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열흘 이내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더팩트 DB |
선결 조건 내걸어…미해결 시 M&A 무산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열흘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인수합병(M&A)이 파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보낸 선결 과제 이행 관련 공문에 대해 지난 1일 밤 이 같은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에 그동안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건이 "문제가 없다"는 내용과 계약서상의 다른 선행 조건에 대한 입장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한 대면 협상 요청 등의 내용도 담겨있었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공문 내용을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했다. 그 결과 선결 조건이 사실상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를 해소할 시간으로 열흘이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제트가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373억 원)를 지급보증한 사안을 해소하고 △2~5월 이스타항공 임직원에게 체불한 임금(240억 원)과 △조업료·운영비 등 그간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조건을 모두 해소하려면 이스타항공은 최소 800억 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및 지분포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 뒤 인사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단시일 내에 1000억 원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 -10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24일 노사 간담회에서도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 노사는 비상이 걸렸다. 그간 이상직 의원의 책임과 임금 체불 해소에 초점을 맞췄던 조종사 노조는 이날 오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향후 투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이상직 의원의 80억 원대 차명 주식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지며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어 양사의 M&A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이자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 씨가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7.5%는 헌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속 빈 강정' '꼼수' 등의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 의원이 꼬리 자르기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전북 지역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연대도 기자회견을 열고 "1600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250억 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과 계약직 해고·희망퇴직·임금 삭감 등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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