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조치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 전환에 나선 지 10개월여 만에 첫 반도체 소재 국산화 성과를 이뤄냈다. /더팩트 DB

SK머티리얼즈,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양산 돌입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비상 회의를 주재한 지 10개월여 만에 첫 반도체 소재 국산화 성과를 이뤄냈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정 가스로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해 이번 국산화 성공 사례는 의미가 크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경북 영주 공장 내 15t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국산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양산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고부가 포토레지스트 영역에서도 국산화 작업이 한창이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하드마스크(SOC)와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ArF PR) 개발에 나섰다. 특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는 해외 의존도가 90%에 달해,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이 가능해진다. SK머티리얼즈는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 갤런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실트론도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전기 자동차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했다.

SK그룹의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는 최 회장의 '비상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반도체 소재 수급 상황을 직접 살피고,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들의 위기 대응 전략 수립에 방점을 두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이례적으로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수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직접 주재, 16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안정적인 소재 수급 및 소재개발 기술력 제고 등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도 반도체 소재 국산화와 관련해 "공정에 맞는 제품을 국내 업체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신발언과 함께 소재 기술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SK그룹의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 추진 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SK하이닉스는 40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들에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1월 경북 영주 본사에 연구개발(R&D) 시설인 '통합분석센터'를 설립하고, 한국표준과학원 등 연구기관들과 함께 중소기업들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이외에도 SK그룹 내 소재사들은 중소 협력사들이 고부가 고순도 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투자비나 전문 인력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SK가 보유한 노하우를 공유해 업계 전체가 진화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강화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창출 효과에도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