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채권단이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지배권 포기 분위기 조성에 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대주주 지원 의지 없이 공적 자금 투입 명분 어려워…고용 문제도 고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쌍용자동차(쌍용차)에 1900억 원을 대출해 준 산업은행 등 쌍용자동차(쌍용차) 채권단이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지속된 지배권 포기 분위기 조성에 따라 한숨짓고 있다. 대주주의 지원 의지 없이는 추가적인 기업 대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4일 채권단에 따르면 쌍용차는 다음달 6일까지 700억 원, 19일까지 200억 원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갚아야 한다. 다만 현재 경영 환경이 어려운 쌍용차는 채권단에 대출만기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쌍용차는 올해 1분기에만 약 2000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13분기 연속 적자 속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마힌드라그룹이 2011년 쌍용차의 75% 지분을 인수하며 대주주에 오른 뒤 8년 간 2016년 한 해만 빼고 모두 영업손실을 낸 결과다.
또한 쌍용차의 감사를 맡고 있는 삼정KPMG도 쌍용차의 존속이 불확실하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하기도 했다. 대주주나 채권단의 지원 없이 사실상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소극적인 지배권 의지에 따라 대출금 연장 여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이 대출 연장 또는 신규 대출을 이행해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겪은 마힌드라그룹 또한 손실이 지속되는 쌍용차에 손을 떼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부족해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대주주로써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을 재차 언급하고 있다. 14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인도에서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새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쌍용차 대주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900억 원의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쌍용차가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소극적 의지에 따라 불확실한 미래를 어이가고 있다. 사진은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더팩트 DB |
내년 4월 고엔카 사장 후임으로 마힌드라 사장에 내정된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도 같은날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의 지배권 포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샤 부사장은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지출 효용성을 높이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향후 1년 간 손실을 유발하는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쌍용차에)만약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면 자동으로 우리 지분율이 내려가거나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 문제 역시 채권단의 고민에 무게추를 더한다. 쌍용차의 직접고용직원 5000여 명은 물론 협력업체와 유통망에 종사하는 수만 명의 일자리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기업대출을 연장해주는 분위기에 따라 쌍용차의 대출 만기가 특수한 상황으로 판단돼 만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일부 나오고 있다. 쌍용차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었으나, 4월 마힌드라그룹이 당초 쌍용차에 지원하기로 했던 2300억 원의 자금 지원 계획 중 코로나19로 인해 400억 원의 자금만 수혈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그룹의 최근 분위기 조성이 실제로 쌍용차에서 손을 떼기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볼 수 있으나 채권단의 지원을 의식한 압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가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 채권단이 지난해 12월에 했던 것처럼 대출금의 일부를 연장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