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 작업과 관련,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YTN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삼성이 6일 입장 자료를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팩트 DB |
삼성 "출처 불분명한 유죄 예단, 대단히 유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의혹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이례적으로 입장 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강한 어조로 유감을 드러냈다.
삼성 측의 생소한 강경 대응에 재계 안팎에서는 "수년째 반복되는 검찰의 (수사 내용) '흘리기'에 우려를 넘어 분노 단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 "유죄 예단하는 일방적 의혹 제기 자제해 달라"
6일 삼성은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과 관련,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YTN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해당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은 "당사자는 물론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최소한의 반론도 듣지 않은 점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며 "출처가 분명치 않고 유죄를 예단하는 일방적 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삼성이 이같이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이틀 앞두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시세 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지난 5일 삼성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종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같은 날 삼성은 즉각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식 밖의 주장"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날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 조종'을 한 것으로 검찰이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양사 합병 당시 합병 전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이 부회장이 42.2%의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수주 실적 공시를 지연하는 방식 등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게 골자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7월 28일 공사대금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하면서 '향후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확정 내용을 공시하겠다'라는 문구를 기재한 이후 실제 2016년 1월 본 계약 체결 사실에 대해 추가로 공시했다.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
◆ 수주 공시, '지연' 아닌 낙찰통지서 토대로 통지 "시점 문제 없어"
'시세 조종'을 비롯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은 이미 앞서 진행된 이 부회장의 1, 2심 재판은 물론 지난 2017년에 진행된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 등에서 "합병 비율 산정과 이 부회장의 승계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소명한 사안이다.
검찰 측이 시세 조종이 근거로 제시한 합병 전 삼성물산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공시 건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17일 치러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은 최종 결의됐다. 당시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정해졌다.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양사 합병안 통과 열흘 후인 같은 해 7월 28일 공사대금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기재된 계약 기간은 지난 2015년 5월 13일부터 오는 2018년 6월 23일까지다.
조작 의혹이 불거진 부분은 실제 계약일과 공시 시점 간 차이다. 양사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단 1.4%의 지분을 갖고 있던 삼성물산 주가를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회사 실적이 과소평가되도록 호재성 공시 시점을 고의로 미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물산 실적 조작 의혹은 이미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이 수차례 공방을 벌였던 사안이다. 이미 삼성 측은 해당 공시의 경우 낙찰통지서(L0A) 내용을 토대로 통지한 것이며 공사기일이 제안착수서 발급일로 돼 있어 그대로 적시한 것일 뿐 공시 시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소명한 바 있다.
제안착수서는 공사 일부에 대한 계약으로 본 수주 계약과 구분된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015년 7월 공시 당시 '향후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확정 내용을 공시하겠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이후 2016년 1월 22일 삼성물산은 '카타르 움 알 하울 파워로부터 퍼실리티 D 프로젝트를 2조1720억 원 규모에 수주했다'며 본 계약 체결 사실에 대해 추가로 공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앞서 재판 과정에서 양사 합병 비율 현안과 관련해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팩트 DB |
◆ 이재용 1·2심 재판부 "승계와 관련 없다"…검찰 '수년째' 똑같은 의혹제기
지난 2017년 7월 이 부회장의 1심 공판 당시 합병 전 삼성물산 공시 담당자 역시 증인으로 출석해 "대형 공사 수주 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은 해당 기업에 호재성 공시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정보를 제공했다가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라며 "특히, 제안착수서는 발주자가 상황에 따라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만큼 제안착수서에 명시된 계약금액이 매출액의 2.5%가 넘더라도 별도 공시를 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후에도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수일에 걸쳐 많게는 반나절에 걸친 시간을 할애,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의 부당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소명했고, 1·2심 재판부는 물론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 등 별건의 재판부 모두 검찰이 제기한 의혹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재계 안팎에서 삼성의 강경한 대응과 관련해 "당연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수십여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비롯해 검찰의 공소내용의 무분별한 노출로 실추된 대외 이미지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의 몫으로 돌아갔다"라며 "이미 수년 동안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의 시간을 들여 소명한 사안을 두고 검찰이 또다시 같은 의혹 제기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도 더는 앉아서 맞기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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