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경제일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무조건 정면 돌파" 정지선의 '공격 경영'…업계 판도 바꾸나
입력: 2020.05.29 00:02 / 수정: 2020.05.29 00:47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연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한예주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연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한예주 기자

화장품 시장까지 출사표 던져…오프라인 위기 속 추가 출점 '이례적 도전'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가 하면 백화점·아울렛·면세점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신규 출점을 도모하는 등 굵직한 행보로 유통업계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긴축경영에 들어간 롯데·신세계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선택한 정 회장이 업계에 어떤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화장품 사업 본격 진출…'3대 성장축' 완성 의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화장품 원료 제조사 SK바이오랜드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자문사를 선정해 실사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인수 대상은 SKC가 보유한 지분 27.9% 전체다.

SK바이오랜드는 화장품 및 건강식품 원료, 의료기기, 원료의약품 등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5년 설립됐으며 SK계열사로 편입되면서 2016년 SK바이오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백화점이 이번 인수에 뛰어든 배경에는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정지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원료 공급을 주력으로 하는 SK바이오랜드를 사들일 경우 화장품 사업을 단숨에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그룹사 한섬은 지난 11일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수 침체로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한섬에 앞서 동종패션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 LF도 화장품사업 진출에 나선 바 있다. 한섬은 M&A를 계기로 내년 초 첫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화장품 사업 진출은 그룹 '3대 성장축'인 유통, 리빙·인테리어, 패션 부문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으로 꼽힌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을 기반으로 리빙·인테리어(리바트)와 패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정 회장은 가장 먼저 2012년 패션업체 한섬(4200억 원)을 인수하면서 패션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2017년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며 패션 사업을 확장했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2598억 원, 영업이익이 1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 16.8% 성장하는 등 국내 패션 시장 둔화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 회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 중인 '홈퍼니싱' 시장에도 일찌감치 관심을 기울여 2012년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를 사들였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가구업계 경쟁 심화로 실적이 다소 부진하나 홈퍼니싱 업계 2위까지 올라있다. 2018년에는 건자재 업체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해 리빙·인테리어 사업에서만 2조3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반면, 비주력 계열사는 매각을 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O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지분 매각 대금과 보유 현금을 활용해 3대 성장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은 그동안 지속적인 M&A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해왔다"면서 "공격적으로 사세확장을 하면서도 문어발식 사업은 지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번 화장품 사업 진출도 기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인 화장품 사업 진출 외에도 기존 오프라인 채널들의 추가 출점을 계획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신사옥 모습. /한예주 기자
신사업인 화장품 사업 진출 외에도 기존 오프라인 채널들의 추가 출점을 계획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신사옥 모습. /한예주 기자

◆ "후발주자로 여유 있다" 위기에도 사세 확장

신사업 외에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계속되는 중이다. 최근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대치동에 '내 집'을 마련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아울렛, 면세점 등 기존 오프라인 채널의 새로운 둥지 틀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먼저 오는 6월 오픈 예정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은 영업면적 5만3586㎡(1만6210평)로, 중부권 아울렛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대전 이외에도 세종·청주 등 충청권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오픈을 앞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도 구리IC·남양주IC·북부간선도로와 인접해 서울과 수도권의 원정쇼핑객 방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2021년 1월 서울 지역 최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백화점 규모는 지하 7층∼지상 9층으로, 영업 면적만 8만9300m²(약 2만7000평)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첨단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집약한 '미래 백화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과 충북 청주에도 임차 형태로 아울렛 출점을 검토 중이지만, 임차로 들어갈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시기는 미정인 상황이다.

면세점 사업도 확대한다. 지난 2월 두산이 포기한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산을 인수해 두 번째 매장인 동대문점을 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하며 큰 변수가 없다면 오는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축소·개편하고 온라인 사업에 힘을 쓰는 반면,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는 현대백화점의 전략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다만,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투자를 아껴왔고, 아울렛·면세사업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들이 매장들을 정리하는 사이 사세 확장에 나서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온라인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손실이 큰 마트나 슈퍼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점이 가장 큰 메리트"라면서 "경쟁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추가 출점이 큰 우려 사항은 아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 회장이 과거 경제위기 때 사세 확장 성공경험을 큰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추가 출점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IMF 외환위기가 진정된 후인 2000~2002년 서울 신촌의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오픈했고, 울산의 향토 백화점인 주리원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삼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을 열었고 그 직후 대구점과 충청점을 오픈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유통 채널 확장이 아직 필요한 단계"라면서도 "신규 점포가 흑자 전환될 때까지는 1년 반에서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