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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도 안 통했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 몸 담았던 P&G에 1위 내준 샤프란
입력: 2020.05.18 06:00 / 수정: 2020.05.18 06:00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차석용 리더십으로 호실적을 유지한 LG생활건강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는 P&G의 다우니에 2년째 1위를 빼앗기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차석용 리더십'으로 호실적을 유지한 LG생활건강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는 P&G의 '다우니'에 2년째 1위를 빼앗기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섬유유연제 1위 뺏긴 LG생활건강, 향기캡슐 저격 안간힘

[더팩트 | 서재근·문수연 기자] LG생활건강이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다우니의 시장점유율은 39.6%(2018년 기준)로 업계 1위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까지 무려 32년 동안 업계 1위를 유지했던 피죤을 제치고 2011년부터 7년 동안 '샤프란'을 앞세워 1위를 지켰지만, 다우니의 상승세에 밀려 2년째 업계 2위를 기록 중이다.

60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 효과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은 LG생활건강이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부문에서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몸담았던 P&G의 '다우니'에 2년째 1위를 빼앗기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차 부회장은 지난 1985년 미국 P&G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 P&G 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장 판도 변화는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고농축 섬유유연제 마케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고농축 제품 비중은 지난 2012년 15.4%에서 2018년 47%, 2019년 60%까지 늘어나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다우니는 한때 한자리수 점유율에 불과했던 국내 고농축 섬유유연제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다우니 출시 전까지 고농축 섬유유연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이었다. 그러나 다우니 출시 이후 3년여 만에 시장 규모는 8배 이상 커졌고, 제품 점유율 역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며 40%대 이상의 점유율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다우니 출시 전까지 43%대의 점유을을 기록했던 샤프란은 2018년 30% 중반대까지 점유율이 뒷걸음질 쳤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자사 제품이 미세플라스틱 향기캐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LG생활건강은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자사 제품이 미세플라스틱 향기캐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후발주자들의 무서운 성장세 역시 LG생활건강으로서는 부담이다.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애경산업 역시 고농축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속도를 높이면서 업계 2위 LG생활건강을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고농축 섬유유연제 '르샤트라 1802'를 출시한 애경산업은 같은 해 해당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0% 성장했다. 섬유유연제 매출 가운데 고농축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0%로 급증했다.

선두업체의 꾸준한 성장세와 후발주자들의 가파른 추격이 이어지는 사이 LG생활건강은 서둘러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P&G와 피죤 등 경쟁사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논란이 불거지자 LG생활건강은 2018년을 기점으로 자사 제품이 미세플라스틱 향기캡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광고계에 블루칩으로 떠오른 크리에이터 '펭수'를 '샤프란 아우라'의 광고 모델로 발탁, 새 제품이 '수(水) 생태계를 교란하는 향기캡슐을 넣지 않고도 은은한 향이 오래 유지되도록 개발한 섬유유연제'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다우니를 겨냥한 '비방전 마케팅'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친환경'을 앞세운 LG생활건강의 마케팅 전략이 시장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이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다우니는 2019년 한국품질만족지수(KS-QEI) 섬유유연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환경부에서도 지난해 11월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세탁세제 및 섬유유연제 제조를 오는 2021년부터 금지하도록 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을 개정했지만, 다우니에 첨가되는 향기캡슐은 예외로 했다.

LG생활건강이 최근 크리에이터 펭수를 샤프란 아우라의 광고 모델로 발탁, 새 제품이 수(水) 생태계를 교란하는 향기캡슐을 넣지 않고도 은은한 향이 오래 유지되도록 개발한 섬유유연제라는 점을 부각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다우니를 겨냥한 비방전 마케팅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이 최근 크리에이터 '펭수'를 '샤프란 아우라'의 광고 모델로 발탁, 새 제품이 '수(水) 생태계를 교란하는 향기캡슐을 넣지 않고도 은은한 향이 오래 유지되도록 개발한 섬유유연제'라는 점을 부각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다우니를 겨냥한 '비방전 마케팅'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LG생활건강 제공

P&G 측 역시 향기캡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 등이 규정한 미세플라스틱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P&G 관계자는 "향기 캡슐은 해양 쓰레기와 관련 있다고 알려진 미세플라스틱과는 구조와 속성이 다른 물질이다. 향기 캡슐은 현재 제정된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관련 법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향기 캡슐을 포함한 다우니의 사후관리감시 결과에서도 제품의 피부 적합성 결과가 기존에 안전하게 관리 감독, 판매된 다우니 제품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 안전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제품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P&G와 벌이는 경쟁은 LG생활건강이 과거 피죤이 차지했던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차지했을 때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라며 "경쟁업체가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거나 회사 경영진의 도덕성 논란 등이 도마에 오르며 반사이익을 얻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P&G를 비롯해 애경과 피죤 등 경쟁사 대부분이 지속해서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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