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레버리지 ETF·ETN의 문턱을 높여 투기세력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더팩트 DB |
ETN 액면병합·조기청산도 할 수 있도록 허용
[더팩트|한예주 기자]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투자시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ETN의 액면병합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에 '묻지마식 투자'가 이어지자, 진입장벽을 높여 무분별한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금융당국은 파생상품투자가 수반되는 레버리지 ETF·ETN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시장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올 3분기 중 ETF·ETN에 내재된 파생상품의 위험도에 따라 상품을 분류해 내재된 위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상장심사, 투자자 진입규제 등 투자자보호 장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ETF·ETN 시장 과열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현지 운용사들이 나스닥 등 거래소에 서한을 보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시장을 차별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건의를 했다"며 "투자자가 느끼는 위험도나 상품분류를 다르게 해 거래소나 당국이 좀 더 차별적으로 예의주시할 수 있도록 별도 시장분류나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레버리지 ETF·ETN에 기본예탁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이런 상품을 사려면 증권사에 어느 정도 돈을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투자하려면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런 상품의 개요나 특성, 거래방법 등을 미리 공부한 다음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형 ETF·ETN에 내재된 위험(괴리율, 롤오버 효과) 등도 교육 내용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오는 7월부터 시장 의견을 수렴해 건전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더팩트 DB |
ETN 액면병합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지표가치 하락시 '페니주(penny stock·저가주)'로 전락해 발생하는 투기수요를 완화할 수 있도록 ETN의 액면병합을 허용한다. 이를 위해 거래정지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ETN을 분할·병합할 수 있는 업무처리 체계와 전산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시장관리대상(투자유의종목 지정) 적출요건은 현행 괴리율 30% 이상에서 국내 기초자산은 6%, 해외는 12%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다. 현재 거래소는 단일가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초과한 ETF·ETN에 대해 3매매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괴리율이 의무범위(국내 기초자산 3%, 해외기초자산 6%)의 2배를 초과하는 종목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3매매일 단일가매매 또는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단일가 매매 이후의 매매거래 정지 기준은 거래소에 재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당시 시장상황 등에 따라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협의를 통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지표가치 급등락으로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는 등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경우 제한적으로 발행사가 ETN을 조기청산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시장상황이 급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ETN에 적용되는 투자자 보호 규제를 예외적으로 면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한도 소진 전 일괄신고서 제출을 허용하고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일(15일)을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 가운데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법령 개정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