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키코배상 결정을 다시 미룰 것으로 보인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
하나銀 "이사회 구성원 변경, 검토할 시간 필요"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부터 4차례에 걸쳐 연장된 분쟁조정 수용 여부에 대해 은행들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가 또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 등 세 곳 은행들의 키코 배상안 연기 여부 시한은 이날 오후 6시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회신 기한을 재연장해달라고 금감원에 요구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원이 바뀌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번과 비슷한 사유를 들었다.
은행권의 연장 요청은 이로써 연장 5번째다.
신한은행과 대구은행 역시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은 키코 배상 논의를 위해 필요한 임시 이사회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을 알지 못한다"며 "아직까지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 DB |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 원으로 가장 많으며, 이어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 순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각각 결정했다. 다만 씨티은행은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계속해서 배상안 수용 여부를 두고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금감원의 분쟁조정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자발적인 배상 결정이 없을 경우 분쟁조정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은행들이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키코 사태의 경우 문제가 복잡하다. 배임의 소지가 있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인 가운데 분쟁조정에는 강제력이 없어 해당 은행들이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냐고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재연장 요청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은행들이 사실상 배상을 거부하면서 경찰에 키코 사건의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해당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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