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면서 '쓱닷컴'을 앞세운 신세계그룹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더팩트DB

롯데 진출로 '이커머스 치킨게임' 격화…전문가들 "점유율 높이기 어렵다"

[더팩트｜한예주 기자]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유통공룡'들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에 제대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의 야심작으로까지 불리는 '롯데온(ON)'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SSG(쓱)닷컴' 가운데 어느 쪽에서 '한국판 아마존'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롯데온' 본격 출범 "데이터·자금력으로 쫓는다"

28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이날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7개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이 출범한다.

롯데온은 롯데 계열의 백화점·마트·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을 로그인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롯데온은 빅데이터를 적용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쇼핑몰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 20조 원 달성이 목표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올해 상반기 핵심사업이다. 롯데쇼핑의 미래 먹거리인 온라인 사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해 그룹 성장전략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탄생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말 열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에 아마존 있다면 우리에게는 롯데온이 혁신적으로 고객의 쇼핑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의 가장 큰 강점으로 데이터와 자금력을 꼽았다.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 얻은 각종 데이터와 막대한 자금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을 보유한 롯데가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어떤 서비스 경쟁력을 지니고 있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을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 대비 눈에 띄는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온, 쓱닷컴 앱 캡처

◆ 쓱닷컴 "이커머스는 우리가 먼저"

한발 앞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그룹도 '쓱(SSG)닷컴'의 성장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온라인 부문을 합쳐 만든 쓱닷컴은 2018년 통합 법인을 설립하며 '온라인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쓱닷컴을 그룹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하기 위한 정용진 부회장의 투자는 끊이질 않는 중이다. 지난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세 번째 지점을 가동해 수도권 새벽배송 규모를 늘리자 거래액은 2조8000억 원 수준까지 뛰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채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쓱닷컴의 매출 성장세도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실제 이마트 쓱닷컴 주문 건수는 2월 60%, 3월 44% 각각 증가했다.

오는 6월에는 신세계아이앤씨로부터 회원 800만 명을 보유한 '쓱페이'를 양도받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장착할 예정이다. 쓱닷컴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더 해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쓱닷컴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중 가장 먼저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점과 성장세가 고무적"이라며 "특히, 광고·마케팅 측면에서는 쓱닷컴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커머스 격전…"롯데·신세계 강점 없다" 지적도

온라인 쇼핑 트렌드 확산으로 설 곳을 잃은 유통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외국계 이커머스 기업들이 선점한 가운데, 경쟁 격화로 매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영업손실도 커지는 구조가 몇 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쇼핑 환경은 온라인 쇼핑이 완전히 주류가 됐다"며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과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장 치열한 유통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매출 카테고리 대부분을 공유하고 있어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싸우기엔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유통 사업자들이 비슷한 기조를 유지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쿠팡의 물류 인프라가 압도적인 상황"이라면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 대비 확실한 강점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그간 온라인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강점을 지닌 신선식품마저 최근 업체들이 배송을 새벽배송에서 주간, 당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면서 "후발주자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