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롯데와 삼성 출신의 전문 경영인을 앞세운 치킨업계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 박현종 bhc 회장(왼쪽부터) /더팩트 DB, bhc 제공 |
박현종 호 bhc, 1위 교촌치킨 '바짝' 추격
[더팩트|이민주 기자]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과 2위 bhc 두 회사의 전문경영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롯데맨' 소진세 회장을 선임한 교촌치킨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선 가운데 '삼성맨' 박현종 회장이 버티고 있는 bhc가 추격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두고 업계 안팎이 관심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1강 2중' 구도가 유지됐던 치킨업계 시장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71% 신장한 369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11% 신장한 319억 원, 당기순이익은 210억 원이 됐다.
교촌치킨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이후 매년 3~10%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같은 성장을 주도한 것은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며 롯데그룹의 실세로 통했던 소진세 대표이사 회장이다.
롯데맨 소진세 회장은 지난해 4월 교촌치킨에 입사해 전사적 시스템 개선 등을 이끌었으며, 지난해 매출액을 10% 가량 신장하는데 성공했다. /이민주 기자 |
소 회장은 지난해 4월 갑질 논란 등 홍역을 앓았던 교촌치킨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입됐다. 40여 년 동안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현 롯데지주) 대외협력단장을 역임하며 유통업계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취임 이후 소 회장은 롯데에서 쌓아 온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회의를 늘려 현장의 목소리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기회를 늘리는 한편, 업무 보고 방식을 문서화하는 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외에도 전사적인 EPR 시스템(자원관리)을 개선하고 경기도 오산에 교육 연구개발(R&D)센터를 열기도 했다.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은 성과로도 이어지며 지난해 매출 신장률을 전년(3.67%)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업계 2위 bhc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bhc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09% 신장한 3186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1%가량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이며 977억 원을 기록했다.
bhc의 '폭풍성장' 중심에는 삼성 출신 경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bhc는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출신 전문경영인 박현종 회장을 영입했다. 박 회장은 취임 당시 업계 7~8위던 bhc를 3년 만에 2위로 올려놨다. 이후 2017년에는 같은 삼성전자 출신의 임금옥 대표를 영입하며 체질개선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삼성전자에서 상무를 지낸 박현종 bhc 회장은 지난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34% 신장한 3186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bhc 제공 |
박 회장은 지난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가전부문 엔지니어, 스페인 지사 영업 및 구매 담당, 국내 영업부문 리더 등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2010년 삼성에버랜드에서 영업 및 마케팅 담당 임원을 지냈다. 임금옥 대표는 지난 1983년 삼성전자 마케팅, 영업, 전략 유통 그룹장 등 상무를 지냈으며, 이후 넥센타이어 한국총괄 전무를 거쳐 bhc에 둥지를 틀었다.
수장을 맡은 박 회장은 곧바로 전산시스템 투자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 정립을 이끌었으며, 성과 평가와 준법경영을 기준으로 잡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없앴다. 신제품 개발과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자체 물류 시스템과 최신식 공장 구축으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은 결과 '뿌링클'과 맛초킹' 등 회사 성장을 견인한 메뉴를 탄생시켰다.
삼성 DNA 이식 이후 bhc의 외연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30%대 매출 성장을 이뤄낸 데 이어 올해 1~3월 가맹점 평균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
치킨업계에서 두 번째로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업체로 성장하면서 1위 교촌과 격차도 2018년 929억 원대에서 지난해 506억 원까지 좁혀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양사의 경쟁을 지켜볼 만하다. 교촌이 무난한 실적을 내는 가운데 bhc가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맹추격하고 있다"며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뿌링클을 필두로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며 여기에 치즈볼과 같은 사이드 메뉴가 치킨보다 더 히트를 치면서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같은 수준의 성장만 유지하더라도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